지난해 9.11 테러의 배후로 지목되는 오사마 빈라덴이 살아 있다면 세계 수십억 축구팬들처럼 한국과 일본에서 열리는 월드컵 경기를 TV를 통해 지켜볼 것이라고 뉴욕 타임스 매거진이 전했다. 이 잡지는 "월드컵은 단순한 운동경기가 아니다"라는 제목의 최근호 기사를 통해 축구와 정치의 관계, 군중심리 등에 관한 과거 사례를 소개하면서 지난해 12월에공개된 빈 라덴 비디오 테이프에도 2번이나 축구에 관한 언급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에 따르면 빈 라덴은 지난 1994년 지지자들과 재정지원자들을 만나기 위해 런던에 3개월 동안 체류할 때도 네번이나 축구경기를 갔다. 9.11 테러와 관련된 빈 라덴 테이프에는 미국에 대한 증오심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추종자가 꿈을 꾸었는데 그 꿈에서 알 카에다와 미국 간에 축구시합이 벌어지고 알 카에다가 완벽하게 미국을 패배시켰다고 말하는 대목이 나온다. 또한 같은 테이프에서 알 카에다 조직원이 월드트레이드센터가 붕괴하는 순간을목격할 때의 느낌을 축구경기에서 자기 팀이 이겼을 때 느낀 열광과 비교하기도 했다. 뉴욕 타임스 매거진은 또 축구경기 결과 때문에 대통령의 당락이 결정되기도 했으며 독재자들은 축구에 대한 국민의 열기를 자신의 정치에 이용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무솔리니는 자주 이탈리아의 축구스타들과 어울리며 찍은 사진을 국민에게 공개하면 환심을 사려 했다. 독일 나치정권의 선전장관이었던 괴벨스는 1941년 히틀러의생일 때 축구경기에서 독일이 스위스에 2대 1로 지자 경기 결과에 대한 의구심이 완전히 가실 때 까지 스포츠 교류를 전면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대통령 아들 우다이는 이라크 축구팀이 국제경기에서 지면 선수들을 고문토록 하기도 했으며 스탈린 시대 소련의 비밀경찰 총책 베리아는경쟁축구팀의 선수들을 시베리아로 유배보내기도 했다. 영국의 전 총리 해롤드 윌슨은 1970년 총선에서 예상 외로 패배하자 선거 직전 영국팀이 월드컵에서 졌기 때문이라고 둘러대기도 했다. 리비아의 경우 한 국내 경기에서 심판이 카다피의 아들들이 지원하는 축구팀에유리한 판정을 내리자 반 카다피 구호가 나오고 이어 카다피 아들들과 그 보디가드들이 군중들에게 총격을 가해 많은 사람들이 숨지는 사고가 나기도 했다. 그러나 뉴욕 타임스 매거진은 미국에는 축구에 대한 이 같은 열광이 없으며 축구가 남성적이기 보다는 여성적인 경기로 인식돼 실제로 미국에서는 여자 축구가 더알려져 있다고 전했다. (뉴욕=연합뉴스) 강일중 특파원 kangfa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