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가톨릭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23일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에서 소피아에 도착, 3일간의 불가리아 방문 일정에 들어갔다. 올해 82세의 바오로 2세가 지난 1981년 5월 로마에서 한 터키인 청년이 저지른 자신에 대한 암살미수 사건의 배후라는 의혹을 받았던 불가리아를 방문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불가리아 방문은 또한 바오로 2세의 96번째 외유이다. 바오로 2세는 전통적으로 한 나라를 처음으로 방문할때마다 도착즉시 무릎을 꿇고 땅에 키스하곤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노령에다 건강악화로 인해 그 대신 불가리아 흙이 담긴 바구니에 상징적으로 키스했다. 바오로 2세는 이날 불가리아 당국이 약 6천명의 경찰을 동원, 사상 유례없이 삼엄한 보안 조처를 취한 가운데 소피아 도심 알렉산더 네프스키 광장에서 약 3천명의환영인파에게 행한 연설을 통해 "커다란 기쁨을 안고 불가리아에 왔다. 나는 불가리아인들을 사랑하기를 결코 멈춘 적이 없다"면서 불가리아 국민에 대한 자신의 변함없는 애정과 존경심을 표현했다. 바오로 2세는 또 불가리아 국민이 "2차대전중 수많은 유대인들의 목숨을 구하는데 크게 기여했다"고 찬양했다. 불가리아는 2차대전중 독일과 연합하고 있었음에도 불구, 당시 불가리아 국왕은 나치독일의 유대인 색출ㆍ추방령에 대한 국민의 항의시위가 일자 이 명령을 일축한 바 있다. 자신을 암살하려한 터키 청년을 용서한 바 있는 교황은 이 사건에 대해 아무런 언급도 하지않은채 "상처는 치료되어야 하며 미래는 낙관적으로 계획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불가리아 정부는 3명의 자국인들이 로마의 성(聖) 베드로 광장에서 지난 1981년 발생한 교황 암살기도 사건의 배후인물이란 혐의를 받은 것과 관련, 이번 교황방문으로 자국의 이미지가 개선되기를 바라고 있다. 교황은 오는 26일 로마로 돌아가기 앞서 24일 불가리아 정교회의 막심 총주교와,그리고 25일 시메온 삭세 코부르그 불가리아 총리와 만날 예정이다. 인구 800만의 이 나라에서 국민 대다수가 정교회 신자들이며 가톨릭 인구는 0.75%밖에 안된다. (소피아 APㆍAFP=연합뉴스) hc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