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티모르는 반세기 동안 지속된 외세 침략과 동족상잔으로 점철된 비극의 역사를 딛고 20일 21세기 최초의 신생 독립국으로 탄생했다. 프란시스코 구테레스 동티모르 국회의장은 이날 오전 0시 10분께 수도 딜리 인근 타시톨로 광장에서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을 비롯한 전세계 90여개국 축하사절단 700여명과 주민 20만명이 참가한 가운데 독립을 선포했다. 이에 앞서 한승수 유엔총회 의장은 19일 밤 11시 45분께 행한 연설에서 "동티모르가 24년 간 독립 투쟁을 전개할 동안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좋은 결과가 오늘 비로소 달성됐다. 유엔과 국제사회는 동티모르 발전을 위해 최대한 협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어 단상에 오른 아난 사무총장은 "동티모르인들이 오랜 투쟁 끝에 독립을 이룬 것은 자랑스런 일이다. 국제사회가 동티모르의 자유와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협력하겠다. 여러분은 가난과 질병 퇴치, 교육 향상, 법질서 확립을 위해 노력해야 할것"이라고 밝혔다. 아난 총장의 연설 종료 후 그동안 위임통치를 해온 유엔의 깃발이 내려오고 검은색과 노랑색, 붉은색 바탕에 흰색 별이 그려진 동티모르 국기가 국가가 연주되는 가운데 게양됐다. 지난 달 14일 대선에서 압승한 독립 영웅 사나나 구스마오 대통령 당선자는 구테레스 국회의장 앞에서 대통령 취임 선서문을 낭독한데 이어 연설하는 순서로 대통령직에 공식 취임했다. 독립 운동가 출신의 구스마오 초대 대통령은 취임식을 통해 한때 유혈 분쟁을빚었던 인접국 인도네시아와의 화해와 빈곤을 비롯한 국내 문제의 해결을 다짐했다. 구스마오 대통령은 "독립! 한 국민, 한 영토, 한 국가로서 한 몸, 한 마음, 한 소망"이라고 감격을 표시한뒤 "동티모르의 모든 국민이 계속 빈곤 속에서 살아야 하고 모든 어려움이 계속된다면 우리의 독립은 하등의 가치도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인도네시아와의 관계에 대해 언급하면서 "양국은 지도자들과 사회 전반이 정치적 의지를 갖고 있는 한 세계 어디서나 평화는 굳건한 기초 위에 설 수 있음을 입증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하고 동티모르는 화해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로써 동티모르는 지난 1524년 포르투갈의 식민지 지배를 받은 이후 끊임없이갈구해온 독립국가의 여망을 478년만에 달성, 국제사회에 새로운 주권 국가로 공식편입됐다. 또한 독립투표 가결에 반발한 친인도네시아계 민병대가 주도한 유혈사태 직후인지난 99년 10월 발족된 유엔동티모르과도행정기구(UNTAET)는 출범 32개월만에 건국준비 임무를 종료하고 유엔동티모르지원단(UNMISET)으로 명칭이 전환됐다. 행사장에 참석한 주민 20만명은 20일 오전 1시께 독립선포식이 종료됐음을 알리는 안내 방송이 발표되자 준비해온 폭죽을 터트리며 밤하늘을 밝힌데 이어 딜리까지 8㎞ 구간에 걸쳐 횃불 가두행진을 벌이며 독립국가 탄생을 자축했다. 20일 오전 9시에는 신생 국가를 이끌어갈 초대 내각이 출범,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 12개국과 수교의정서에 서명하고 오전 10시30분에는 국회가 개회식을 갖고 공식 활동에 들어간다. 이날 신생국 동티모르와 국교를 수립하는 나라는 한국을 포함해 알제리, 앙골라,호주, 중국, 교황청, 일본, 스페인, 스웨덴, 노르웨이, 태국, 유럽연합(EU) 등 12개국이다. 한편 유엔은 동티모르가 이미 700명 규모의 군대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 독자적인 안보 능력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당분간 평화유지군(PKF) 병력 5천여명을 주둔시켜 국경 수비와 치안유지 임무를 맡도록 할 계획이다. 미국을 비롯한 27개국과 15개 국제기구 대표들은 지난 14일 딜리에서 회동을 갖고 동티모르 해저 석유 및 가스가 본격 생산되는 오는 2005년까지 4억4천만달러를지원키로 합의했다. 동티모르는 지난 75년 포르투갈 식민통치를 마감하고 자치정부를 수립했으나 불과 일주일만에 인도네시아군이 침략, 또 다시 외세의 지배를 받다가 99년 8월 30일주민투표에서 독립을 가결, 그동안 유엔의 도움을 받아 국가 건설을 준비해왔다. (딜리=연합뉴스) 황대일특파원 hadi@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