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동부도시 에어푸르트에서 26일 오전(현지시간) 발생한 전후 최악의 학교 총기난사 사건으로 독일 전체가 일대 충격에 휩싸였다. 사건이 일어난 요한 구텐베르크 김나지움(인문계 중등학교)은 복도와 교실이 온통 유혈이 낭자한 상태로 주변에서 학부모와 학생들의 울부짖음이 끊이지 않는 아비규환의 현장이다. 교사 13명과 교직원 1명, 여학생 2명, 경찰 1명 등 모두 18명의 목숨을 앗아간 사건을 만프레드 구르베 에어푸르트 경찰국장의 전언을 토대로 재구성해본다. ▲26일 오전 11시5분(한국시간 오후 6시5분)= 1908년 지어진 성곽 형태의 고색창연한 학교 건물은 조용했다. 전체 750명의 학생 중 180명만 기말고사와 대학입학시험(아비투어)에 대비하느라 공부하고 있었다. 그 순간 갑자기 총성이 들렸다. 학교 수위는 재빨리 비상경보를 울리고 경찰에 전화를 걸었다. "안에서 누군가 총을 쏘고 있어요" 학생들은 책상 밑으로 엎드렸다. 복도를 타고 펌프 건(레버를 전후로 조작하는 연발식 총) 총성이 연달아 울렸다. ▲11시10분= 경찰 2명이 5분만에 순찰차를 타고 도착했다. 순간 학교 입구에 시신이 널려있는 장면이 목격됐다. 범인은 경찰을 향해서도 마구 총을 쏘아댔다. 42세경찰관 1명이 심한 총상을 입고 숨졌다. 학생들은 휴대폰으로 가족과 친지들에게 위급상황을 알렸다. 교실에 갇힌 채 겁에 질린 학생들은 유리창에 테이프로 도와달라는 `Hilfe(Help)' 표시를 크게 써붙였다. ▲11시20분= 헬멧과 방탄조끼, 자동화기로 무장한 경찰특공대가 학교에 뛰어들었다. 지층에서 계단으로 한층씩 뛰어 올라가며 복도를 샅샅이 수색했다. 복도와 교실, 화장실에서 시신이 하나둘씩 발견되기 시작했다. 경찰은 학교건물에 범죄현장봉쇄용 테이프를 둘러쳤다. ▲오후 1시= 경찰은 1시간여 뒤에야 한 교실에서 범인을 찾아냈다. 이 학교에서 퇴학당한 것으로 밝혀진 범인은 권총으로 자살한 뒤였다. 사건 발발 때부터 언론들은 범인이 2명이라고 보도했고 경찰은 다른 범인이 있는 지 추가 수색을 진행했다.하지만 다른 범인의 흔적을 보여주는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오후 3시= 4시간 가까이 공포에 떨었던 학생 180명이 학교 건물에서 빠져나왔다. 충격에 휩싸여 울부짖는 학생들을 돌보기 위해 심리치료사들이 동원됐다. 학부모들은 자녀들의 생사여부를 알려달라는 학교측의 요청을 받았지만 도저히 경황이없는 것 같았다. 비가 흩뿌리는 하늘에는 헬기가 떠있었다. 동료 학생들의 희생을 애도하기 위해 건물 입구에 세워놓은 촛대 받침에는 `왜(Why?)'라고 적혀 있었다. (에어푸르트 dpa.AP.AFP=연합뉴스)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