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대통령에 당선하면 프랑스를 유럽연합(EU)에서 탈퇴시키겠다고 공언한 장-마리 르펜 국민전선(FN) 당수가 24일 유럽의회에서 연설하려다 망신을 당했다.


또한 르펜 당수는 이날 오후 브뤼셀 소재 유럽의회 토론회에 참가한 뒤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었다. 그러나 토론회장 안팎의 야유로 발언 기회조차 제대로 갖지 못했으며 기자회견은 경호 문제를 이유로 취소했다.


지난 1984년 처음 유럽의회 의원직을 보유하기 시작한 르펜 당수는 그동안 의회행사에 거의 참여하지 않다가 프랑스 대선 2차 투표 진출이 확정되자 이날 토론회에참석했다.


르펜 당수의 참석 계획이 전해지자 시위대 1천여명이 토론회장 안팎으로 몰려들어 "NON(아니오)", "르펜 추방" "증오에 대해 공동전선을" 등의 피켓을 들고 시위를벌였으며 토론회장 내부의 르펜 당수 좌석에도 "NON" 이라는 전단이 뿌려졌다.


르펜 당수는 중동문제를 논의한 이 토론회에서 "프랑스와 유럽이 미국의 중동정책을 추종하고 있다"며 발언을 시작했다가 동료 의원들과 방청객들의 야유로 발언을마치지 못했다.


르펜 당수 측은 이어 기자회견장에 보도진 이외에 시위자들이 많이 섞여 있어안전이 우려된다며 예정된 회견을 취소했다. 기자회견이 취소되자 회견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해 벨기에 출신 극우파인 카렐 딜렌 의원이 파이로 얼굴을 얻어맞았으며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이날 국영 프랑스 2 TV방송에서 "극우파의발흥은 모든 프랑스인에게 매우 크게 우려스러운 일"이라면서 "각국 민주주의의 경험은 극우파가 권력을 잡을 때 상황은 매우, 매우 나쁘게 끝이 났다"고 극우파에 대한 우려를 강력히 표명했다.


시라크 대통령은 이어 르펜 후보를 두려워해서 TV 토론을 거부하느냐는 질문에"나는 그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면서 "그러나 프랑스 국민은 극우파에게 두려움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TV 토론에 대해 일간 `르 파리지엔'의 여론조사 결과, 조사대상자의 69%가 두 후보의 토론을 시청하고 싶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르펜 당수는 이날 프랑스 CSA 방송과 한시간여 회견을 하고 TV 방송기관의 대선보도가 불공평하게 이뤄지고 있는 데 대해 불만을 표시했다고 르펜 당수측 선거캠프관계자가 말했다.


르펜 당수는 이번 대선에서 당선하면 국민투표를 통해 마스트리히트조약 등 EU3대 조약 폐지, 유로화 통용 중단, 프랑화 복귀 등의 조치를 취해 프랑스를 EU에서탈퇴시키겠다고 공약했다.


한편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이날 하원 의원질의 답변 석상에서 르펜 당수와관련해 프랑스 국민이 결선투표에서는 르펜 당수를 패배시킴으로써 르펜 당수의 "속좁은 인종주의와 민족주의"를 배격할 것이라고 말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도 "유럽 민주주의 모국(母國) 가운데 하나"인 프랑스가 르펜 당수의 돌풍에 정치적 지각변동을 겪고 있으나, 프랑스의 "민주적 성숙"은 결선투표에서 르펜 당수를 패배시키고 시라크 대통령을 재선출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파리=연합뉴스) 현경숙특파원 k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