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로 수교 100주년을 맞는 쿠바와 멕시코간 맹방관계가 지난달 멕시코에서 열린 유엔 국제 정상회의에서 일어난 피델 카스트로 쿠바국가평의회 의장의 '돌출 퇴장사건'이후 삐걱거리고 있다. 특히 카스트로 의장이 자신의 퇴장과 관련, 빈센테 폭스 대통령이 거짓말했다는것을 암시하는 전화 통화 내용이 담긴 테이프를 공개하면서 양국간 긴장이 고조되고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달 멕시코 몬테레이에서 열린 유엔 개발재원 국제회의에서비롯됐다. 우여곡절끝에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카스트로 의장은 21일 선진국의 개도국 착취를 비난하는 기조연설을 마친 뒤 돌연 귀국했다. 카스트로 의장은 이와 관련, 23일 아바나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폭스 대통령이당시 자신에게 조기귀국을 제의하는 내용이 담긴 녹음 테이프를 제시했다. 이는 멕시코측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의 조우를 우려해 카스트로 의장의 조기귀국을 종용했음을 입증한다는 것. 3월15일에 녹음된 통화내용에 따르면 폭스 대통령은 카스트로 의장의 막판 회의참석 결정으로 "많은 문제점을 야기한다"고 지적하면서도 결국 카스트로 의장이 회의참석과 관련해 "절대적 권리"를 갖고 있음에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폭스 대통령은 카스트로 의장에게 21일 오찬 연설이 끝난 뒤 조기 귀국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날 연설에서 카스트로 의장은 국제금융통화체제를 '거대한 카지노'에 비유하며 세계화를 빙자한 선진국의 개도국 착취를 비난하는 연설을했다. 그는 연설직후 "나의 회의 참석으로 발생한 돌발사태"를 언급하면서 회의장을떠나버렸다. 그가 떠난 직후 부시 대통령이 회의에 도착했다. 멕시코 대통령 대변인은 이 테이프의 내용을 수용하면서도 멕시코가 결코 카스트로에게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지 않았으며, 미국도 멕시코에 카스트로 참석과 관련해 어떤 압력도 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두 정상이 "친구 사이"를 확인하며 전화통화를 마쳤다고 전했다. 한편 쿠바는 지난 21일 제네바 유엔 인권위에서 쿠바 인권개선 결의안에 찬성한멕시코를 포함한 일부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의 행동을 `노예적이고 굴욕적인 행동'이라고 비난하면서 "특히 멕시코와의 외교관계는 재고하겠다"고 밝힌 바있다. 결국 멕시코에서 열린 유엔 정상회의에서 초래된 양국간 갈등은 유엔 인권위 표결건으로 골이 깊어졌고, 카스트로 의장의 전화통화 녹취록 공개로 위험한 단계로까지 치닫는 양상이 됐다. 특히 폭스 대통령은 이번 전화통화 녹취록 공개로 정치적인 곤경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멕시코 좌파 지도자들은 아직도 그들의 혁명사를 쿠바의 역사와 동일시하고 있다. (아바나 AP.AFP=연합뉴스) lw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