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만공격 이후 가장 기념비적인 정보분야의실패로 꼽히는 9.11테러 이후 연간 300억달러의 예산을 쓰고 있는 미국의 정보기관들에 대한 개혁의 필요성이 대두됐고 이를 위해 상.하 양원 정보위원회가 곧 합동으로 특별조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미국내 정보기관의 개혁은 행정부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손에 달려있으나 부시 대통령은 9.11테러에 대한 정보기관의 책임을 부인한 조지 테닛 중앙정보국장을이미 지지하고 나서는 등 전망이 밝지 않다고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호 특집에서 지적했다. 미 정보기관의 개혁을 가로막는 요인들 가운데 가장 큰 것은 우선 난마처럼 얽히고 설킨 조직이다. 대부분 미국인들은 정보기관하면 중앙정보국(CIA)과 중앙정보국장(DCI)을 생각하지만 사실은 미국의 정보분야는 13개의 연방조직을 포함하는 것으로 CIA는 전체정보예산 300억달러의 10% 정도만을 사용할 뿐이다. 정보예산 대부분은 첨단기술을 이용하는 군 정보기관들, 즉 위성을 운용하는 국립정찰청(NRO), 국립화상지도작성국(NIMA) 등에 돌아가고 있다. 또 최대의 정보기관으로 그 존재가 하도 비밀스러워 한때 "없는 기관(NO SUCH AGENCY)"라는 별명이 붙었던 국가안보국(NSA)은 무려 3만여명의 도청인력을 고용하고 있으나 스파이들을 운용하는 CIA 작전국 인원은 4천여명에 불과하다. 더욱이 일부 비판가들은 실제 정보수집에 소요되는 예산은 500억달러에 육박하며 정보기관의 숫자도 45개, 심지어 100개에 육박한다고 주장한다. 방첩업무를 담당하는 연방수사국(FBI) 일부와 신설기관인 국토안전보장국의 일부, 그외 잡다한 군 및 외교조직 등을 포함해서 하는 말이다. 미국의 정보기관 조직은 아래로 내려갈 수록 점점 복잡해져서 결국에는 호환성없는 컴퓨터들이 뒤엉킨 것처럼 되고 지휘계통이 서로 다르며 예산체계도 모호해진다. 또 관할책임의 문제도 있는데 테닛 국장의 경우 CIA 국장이면서 미국내 정보기관 전체를 책임지는 자리인 DCI를 맡고 있다. 그는 정보기관들을 조정하기 위한 조직을 가지고 있으나 규모가 작고 대부분의 정보예산은 각 기관의 소속부처들이 통제한다. 많은 사람들은 이같이 복잡하게 얽힌 조직이 9.11테러라는 실패를 초래했다고생각하지만 관리실책, 문화, 심지어 미국식 생활방식을 원인으로 지적하는 사람들도있다. 이를 탓하는 사람들은 정보기관간의 책임회피를 지적한다. CIA사람들은 국내에서 테러범들을 추적하는 일은 FBI 소관이라고 떠넘기고 로스앤젤레스공항을 공격목표로 하는 폭탄테러범을 체포하는 것은 정보원보다는 관찰력 좋은 세관원의 몫이라는 지적도 한다. 또 알-카에다는 조직원의 친척들에게만 개방되는 매우 침투하기 힘든 조직이라고 정보기관 책임자들은 주장하지만 캘리포니아출신 미국인 존 워커 린드의 등장은이들의 주장을 보기좋게 무너뜨렸다. 지난 70년대 일련의 스캔들로 인해 CIA가 의회의 공격을 받으면서 쇄약해진 것도 원인으로 지적됐다. CIA는 또 지난 96년에는 한 정보원이 과테말라인을 살해한 사건 이후 요원들에게 범죄나 인권침래 등의 경력이 있는 개인과 관계를 맺을 때는 사전에 보고하라는지시를 내려 첩보활동이 위축되기도 했다. 중동에 대한 미국 정보기관의 무지는 한 전직 CIA 요원은 미국의 아랍세계내 대테러태세를 "신화"라고 표현한 데서 찾아볼 수 있다. 부시 대통령의 한 보좌관은 지난 3개월간 신문에서 찾은 이슬람근본주의학교에 대한 자료가 정보기관이 지난 6년간 수집한 것보다 많았다고 한탄했다. 정보기관간의 문화적인 차이도 문제다. FBI는 범죄인을 체포하는 사법기관이지만 정보수집은 관찰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으며 체포하는 것은 역효과를 낼 때가 많다. 또 9.11테러의 납치범들에 대한 정보교류의 난맥상에서 드러났듯이 정보기관간협조 분위기 결여도 문제다.가장 큰 문화적 문제점은 미국인들이 간첩일을 싫어한다는 것이다. 미국에는 제임스 본드와 같은 스파이들이 없다. 미국인들은 해외에 나가는 것을 싫어하며 CIA의 전성기였던 냉전시대에도 가장 훌륭한 요원들은 거의 대부분 자유 또는 현찰을 사랑하는 반역자들이었다. CIA는 또 이슬람권에 대해서는 잘알았던 적이 없다. 더욱 중요한 것은 미국인들은 다른 어느나라 사람들보다 사생활을 존중한다는것이다. 한 전직 CIA 간부는 9.11테러를 "개방사회 이념의 실패"였다고 표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50여년간 변화가 거의 없었던 미국 정보기관들의 개혁을위해서는 할일이 많지만 우선 2가지가 크게 부각된다고 지적했다. 첫째는 모든 정보기관들을 예산권을 가지고 통제할 수 있는 적절한 최고관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초DCI라고 할 수 있는 이 자리는 CIA 국장을 겸임하지 않아야 한다. 개혁이 항상 실패했던 이유중 하나가 국방부가 이를 CIA의 권력장악으로봤기 때문이다. 둘째는 정보수집에 있어 국내와 해외간의 인위적 장벽을 무너뜨려야 한다는 것.국내에서 감시를 강화하는 것은 미국인들을 화하게 할 것이며 민권에 대한 우려를고조시킬 것이기 때문에 부시 대통령의 정치적 용기가 필요하다고 잡지는 지적했다. (런던=연합뉴스) 김창회특파원 ch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