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대통령 선거 1차 투표가 21일 실시된다. 사상 최다인 16명의 후보가 출마한 이번 대선은 한치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접전이 계속되고 있다.


19일 현재 어떤 후보도 압도적인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어 2차 결선 투표로 이어질 게 틀림없다. 현재 1-2위를 달리고 있는 우파정당 '공화국 연합' 후보인 자크 시라크 대통령과 좌파 사회당 정당 후보 리오넬 조스팽 총리 지지율은 지난 3월 이후 계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1차 투표를 3일 남겨 둔 18일 여론조사기관 BVA 조사 결과에 따르면, 시라크 대통령(19%)은 조스팽 총리(18.5%)를 고작 0.5%로 앞서고 있다. 후보자 난립으로 어느 후보도 5분의1 이상 득표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21일 1차 투표는 내달 5일 결선 투표로 이어질 게 확실하다.


이번 선거의 특징은 극우와 극좌 정당의 급부상이다. 극좌파 정당 '노동자 투쟁(LO)'의 여성 당수 아를레트 라기예는 여론조사에서 10%의 지지율을 확보하며 죠스팽 표밭인 좌파 유권자 층을 잠식하고 있다.


라기예는 조스팽의 중도 실용주의 사회당 노선과 퇴보적인 공산당에 불만을 품은 좌파 유권자층을 사로잡고 있다. 극우파 정당 '국민전선(FN)'의 장-마리 르펜 후보 역시 10%가 넘는 지지율로 시라크 대통령과 조스팽 총리를 바짝 뒤쫓고 있다.


르펜 당수의 급상승은 지난 해 미국 9.11사태와 국내 강력범죄 증가로 인해 국민전선의 이민반대와 사형제 부활 등 공략이 들여 먹히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이번 선거에서는 정치적 큰 이슈가 없고 시라크 대통령과 조스팽 총리간의 정책 노선에도 큰 차이가 없어 선거 열기가 높지 않다는 것도 소수 정당 급부상의 원인으로 풀이된다. 그리고 현 집권 후보들에 대한 유권자들의 반발은 덜 미운 사람을 찍자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시라크 대통령은 파리 시장 시절 뇌물 및 특혜시비에 연루돼 조사가 진행중이며 조스팽 총리는 과거 극좌파 가담 전력을 끝까지 부인하다 들통나는 바람에 신뢰를 잃었다.


21일 1차 투표의 최대 관건은 이변 돌출이다. 18일 현재 제3인 인물로 떠오르고 있는 극우정당의 장 마리 르펜이 2차 투표에 나가는 극단의 상황도 완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조스팽 총리가 좌파 표 분산으로 결선 투표까지 가지 못할 수도 있다는 시나리오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극좌파 정당 라기예 후보가 1차 투표에서 10% 이상의 득표를 하고, 현재 사회당 정부의 연정에 참여하고 있는 공산당의 로베르 위와 녹색당의 노엘 마메르 후보가 각각 6%와 5%의 표를 얻고, 이어 조스팽 내각의 내무장관 출신 장-피에르 슈벤느망 후보와 '혁명공산주의 연맹'의 오리비에 브장스노 후보 역시 각각 5%와 2% 득표를 한다면, 좌파 소수당 득표율은 28%에 달하게된다.


결국 이는 사회당 조스팽 총리에게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그럴 경우, 현재 13%의 지지율을 확보한 극우 정당 르펜 당수가 우파 표를 조금만 더 모아도 결선 투표 진출이라는 이변이 발생할 수 있다. 쟈크 시라크 대통령(19%)과 리오넬 조스팽 총리(18.5%)의 지지율과 비교할 때 르펜의 지지율은 불과 5%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좌파 표 분산이 크면 클수록 조스팽 후보에게는 불리하다.


한편 이번 대선은 사상 최고의 기권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 시라크 대통령과 조스팽 총리에 대한 국민들의 식상도 유권자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지만 부활절 방학기간중에 대선 날짜가 잡혀 이미 휴가를 떠난 유권자가 많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한 여론 조사에서는 유권자의 30%가 1차 투표에서 기권하거나 무효표를 던질 것으로 나타났다.


(파리=강혜구 특파원 bellissim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