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동부와 중서부 일대의 기온이 30℃ 이상으로치솟는 등 이상고온 현상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4월 중순에 갑자기 한여름인 7월과 같은 더운 날씨가 이어지자 반바지 등 여름옷을 입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아이스크림 등 찬 음식이 날개돋친 듯 팔리고 있다.또 일부 지역에선 눈 녹은 물로 강물이 범람, 주민들이 긴급대피하기도 했다. 동부 뉴욕시의 기온은 16일 33.3℃로, 1896년 같은 날짜의 최고온 기록을 깬데 이어 17일에는 무려 36℃로 치솟았다. 수도 워싱턴의 기온도 34℃, 필라델피아는35℃, 보스턴과 스프링필드는 각각 33℃와 35℃를 기록했다. 뉴욕주 엘보니는 16일 31.67℃로 106년 전의 최고기록을 갱신한데 이어 17일에도 한여름 날씨가 이어졌으며 윌리엄스포트와 펜실베이니아, 세인트 루이스 등에서도 32.2℃의 더운 날씨가 계속됐다. 한낮에는 이처럼 때아닌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반면 아침 기온은 오히려 예년기온보다 낮은 이상현상도 관측되고 있다. 시애틀의 경우 17일 오전 9시 기온은 4.4℃에 불과했으나 정오 무렵엔 수은주가 32.7℃까지 치솟았다. 이같은 이상고온은 중서부에서 남부의 메인주에 이르기까지 미국 전체 면적의 3분의 1의 지역에서 나타나고 있는데 포틀랜드해변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철이른 수영을 즐겼다. 그레이트호수 지역에서는 뜨거운 태양열로 눈이 빠르게 녹아내렸으며 이에 따라 위스콘신주와 미시간주 북부지역의 강물이 범람해 주민 대피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너무 더운 날씨 때문에 사람들이 밖으로 나오지 않고 집안에 머물러 있자 따뜻한 봄날씨로 많은 행락객을 기대했던 상점주인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뉴욕시 주민인 테레사 후덕은 "늦은 오후 맨해튼의 태양볕이 너무 뜨거워 집으로 가는 버스를기다리는 10분 간이 마치 1시간 처럼 느껴졌다"면서 "날씨가 너무 덥고 여름이 너무빨리 왔다. 지금 이러니 7-8월엔 얼마나 덥겠냐"고 말했다. 사람들은 지난 겨울의 변덕스러운 날씨에 이어 봄철에 이상고온이 계속되자 갑작스런 기후변화를 우려하고 있다. 지난 1월 아이오와주에선 튤립에 싹이 텄으며,봄철인 3월에는 텍사스에서 그레이트호수 방향으로 눈보라가 몰아닥쳐 20여 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반면 서부의 캘리포니아주와 네바다주 경계 산악지역에는 4월 중순인데도 불구하고 큰 눈이 내렸으며 시에라 네바다 고원지대에는 17일 무려 50㎝ 높이의 눈이 쌓여 있어 이 지역 고속도로 운행 차량들은 스노우타이어를 달아야 했다. 기상 전문가들은 이같은 이상기후의 가장 큰 원인이 엘니뇨 현상 때문인 것으로보면서 현재 북부 평야지대 건너편에 있는 차가운 공기가 남하하는 주말께부터는 북동부지역의 기온이 평년처럼 되돌아올 수 잇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버니.보스턴 AP=연합뉴스) choib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