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말 실수로 험구가들을 즐겁게 해주었던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최근 또 다시 진땀나는 하루를 보냈다. 워싱턴 포스트는 지난 주 코네티컷주 브리지포트에서 부시 대통령이 자원봉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연설을 하면서 평소 입버릇처럼 말하던 '4천시간(4,000 hours)'의 자원봉사 대신 '4천년(4,000 years)'의 봉사를 촉구해 청중의 폭소를 자아냈다고16일 보도했다. 같은 날 그는 기금모금 집회에서 조디 렐(Jodi Rell) 코네티컷 부지사를 소개하면서 "주디 켈(Judi Kell) 부지사가 이 자리에 참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시 만나 반갑습니다, 주디"라고 새 이름을 지어주었다. 부시의 발언은 그대로 넘어갔으며 후에 렐 부지사의 대변인은 "대통령의 발언은 수정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백악관은 대통령의 실언을 그냥 놔두지 않는 편이어서 백악관 공식 기록에서 야유와 웃음 등은 지워진다. 코네티컷주 일정보다 하루 앞서 부시대통령은 테네시주 녹스빌에서 엔론사태와 대(對)테러전쟁에 관해 연설하던 중 시작을 잘못하는 바람에 청중들의 돌발적인 함성과 야유, 응원 등으로 연설이 중간중간 끊기는 뜻밖의 상황에 처했다. 민영기관인 연방뉴스서비스는 몇 차례에 걸친 청중의 소음을 그대로 보도했지만 백악관은 청중의 반응을 모두 지워버린 기록만 남겼다. 이에 대해 야당은 부적절한 발언을 지워버리는 것은 옛 소련식 행위라고 비난하고 있다. 빌 클린턴 대통령 당시 백악관 대변인이었던 조 록하트는 "발언록을 남기는 것은 가까운 미래 뿐만 아니라 먼 훗날까지 역사기록을 위한 것인데 지금부터 역사를 다시 쓰기 시작한다는 건 문제"라고 비난하며 클린턴 정부는 잘못된 철자를 바로잡는 이상의 수정작업은 절대로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오랫동안 백악관에 출입해온 기자들은 대통령의 잘못된 발언을 수정해서 기록하는 사례는 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차이가 없었다고 말한다. 록하트 대변인의 전임자였던 마이크 매커리는 자신이 백악관 속기사들에게 남부 사투리를 쓰는 클린턴 대통령이 늘 흘려버리던 'G' 발음을 되살려넣도록 재량권을 부여했다고 말했다. 발언기록을 고치는 것은 국회도 마찬가지여서 의원들은 의회속기록에서 자신들의 발언을 "수정하거나 늘리는" 작업을 통상적으로 해왔지만 대통령처럼 자신의 말실 수에 대해 즉석에서 이루어지는 보충설명의 혜택을 입지는 못 한다. 부시대통령은 지난 달 미주리에서 "사망세 폐지(death tax repeal)"를 희망한다고 말한다는 것이 그만 "사망세 항구화(death tax permanent)"를 희망한다고 반대로말했다. 속기록에는 실언 옆에 *표와 함께 "사망세 폐지로 읽어야 함"이라는 사족이붙었다. 근래에 가장 유명한 '속기록 세탁' 사례는 지난해 9월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의 발언. 그는 미국인들에게 "말조심하라(need to watch what they say)"고 험악한 경고성 발언을 했으나 처음엔 백악관 속기록에서 빠졌다가 나중에 다시 올라갔다. 백악관의 속기사들은 민간 업체에 고용된 숙련된 전문가들이다. 전국법정속기사협회의 마셜 조플랜드는 발언내용을 한 글자도 빼지 않고 기록하는 임무를 띠고 고용된 속기사들이 자기 마음대로 고치는 일은 없다면서 "발언내용을 깔끔하게 다듬으라는 업무지침이 없는 한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앤 워맥 백악관 대변인은 때로 백악관 속기록도 돌발적인 질문과 부시대통령의 특기인 "misunderestimated"(오해과소평가된) 따위의 신조어도 기록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때로는 발언을 고치는 것이 더 나쁠 수도 있다. 부시대통령은 최근 스톡옵션에 대해 말하면서 월가(街)의 용어를 정확히 인용해 "in the money(돈을 버는)"라고 말했으나 속기록에는 "earn the money"로 수정돼 기록됐다. 이 때문에 부시가 경제정책을 전환한다는 부정확한 보도가 나가는 등 한때 혼란을 빚기도 했다. (워싱턴=연합뉴스) 이도선특파원 yd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