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의 대통령 해외순방안 부결은 새 정부의 개혁정책을 무산시키려는 의도로 볼 수 밖에 없다" 멕시코 연방상원이 지난 9일 헌정사상 처음으로 비센테 폭스 대통령의 외유안을표결에 부쳐 부결시키자 화가 난 폭스대통령이 TV 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이다. 잦은 외유로 이미 구설수에 올랐던 폭스대통령은 이달 중순 캐나다의 캘거리와밴쿠버, 미국의 시애틀과 샌프란시스코를 차례로 방문, 현지 기업인 및 주정부 관리들과 대멕시코 투자문제를 협의할 예정이었다. 멕시코 헌법상 대통령은 해외순방전에 외유안을 연방상원에 제출, 의회의 승인을 받도록 돼 있으나 지금까지의 관례로 볼 때 상원의 표결은 형식절차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2000년 대선 패배로 71년만에 야당으로 전락한 제도혁명당(PRI)과제2야당인 민주혁명당(PRD), 녹색환경당(PVEM) 등이 다수세력을 형성한 상원은 찬성41 반대 71표로 대통령의 외유안에 보기좋게 `퇴짜'를 놓았다. 라이문도 카르데나스 PRI 상원의원은 "폭스대통령은 작년에만 15차례 해외순방을 다녀왔으나 미국의 `충실한 심복'이라는 오명만을 남겼다"고 지적하고 "별다른소득도 없이 모든 것을 내주기만 하는 폭스정부 외교정책에 변화가 없는 한 대통령의 외유는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또 "불법취업 이민자들은 직장내 부당한 대우에 항의하는 미국인과 동등한권리를 누릴 수 없다"는 최근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결을 예로 들며 "폭스대통령이취임이후 지금까지 친미외교를 펼쳤지만 소득이라고는 고작 이런 판결뿐"이라고 비난했다. 피델 에레라 PRD 상원의원도 "대통령 자신이 갖가지 명목을 붙여 자의적으로 순방일정을 조정하고 있다"며 "지금은 외유보다는 국내 현안을 해결하는데 더많은 시간을 보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집권 국민행동당(PAN)은 "외유안 부결은 상원 다수세력인 제도혁명당의 횡포이자 대선패배에 대한 어리석은 보복행위"라고 규정하고 "그들은 국가이익보다 당리당략만을 앞세우고 있다"고 성토했다. 폭스 대통령 자신도 기자회견에서 "이번 캐나다와 미국 순방은 수천명의 멕시칸게절노동자들의 일자리 확보와 투자유치를 위한 것이었다"며 "야당은 새 정부의 개혁정책을 공공연하게 훼방놓고 있다"고 비난했다. 대통령 외유안이 상원에서 부결됐더라도 연방하원에서 의결되면 상원은 재심의해야 하지만 가까스로 의결되더라도 내주초로 예정된 순방일정에 차질이 생길 수도있다고 현지언론은 전했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성기준특파원 bigpe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