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는 8일 미국의 철군 요청을거부하는 한편 이스라엘군이 요르단강 서안에 영구적인 '안전지대'를 설치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에 대해 팔레스타인측은 "평화과정이 종식을 고했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샤론 총리는 이날 의회 연설에서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이스라엘에 대한 계속되는 테러공격에 책임이 있다고 비난하면서 `책임있는' 팔레스타인 지도부가 등장할 때까지 평화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11일째 요르단강 서안 공격을 계속하고 있는 이스라엘군을 철수하라는미국 요구를 거부하면서 "이스라엘군 임무는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작전이 완료될때까지 철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군을 철수한 후 이 지역에 완충지대를 설치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에 대해 팔레스타인의 사에브 에라카트 협상대표는 "이는 사실상 재점령이고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종말을 의미하며 평화과정도 끝났다"고 말했다. 샤론 총리의 강력한 발언과 에라카트의 분노에 찬 반응으로 중동사태가 전쟁으로 비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중동방문길에 오른 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의 중재노력에도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 파월 장관은 이날 모로코에 도착했으며 그는 이번 중동방문에서 9.11 미국 테러후 미국의 대(對) 테러전 동맹에 참여한 아랍 국가들에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을해결에 역할을 해 줄 것을 촉구할 예정이다. 그러나 샤론 총리의 완충지대 설치 발언은 파월 장관 스스로 즉각적이고 구체적인 성과가 없을 것이라고 인정한 그의 이번 방문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그는 모로코로 가기 전 "이번 방문에서 평화조약을 이루지는 못할 것이며 휴전도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으며 아라파트 수반을 만날 것인지도 밝히지 않았다. 팔레스타인측은 그가 아라파트 수반을 만나지 않으면 그를 배척할 것이라고 밝혔다. 샤론 총리는 또 이날 "지난 달 아랍권이 포괄적 평화관계를 맺는 대신 이스라엘이 점령지에서 철수할 것을 요구한 아랍 평화안에는 긍정적 요소가 있다"며 "아랍정상들과 전제조건 없이 어디서든 만나 중동평화협정을 논의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난민을 받아들일 수 없으며 국경은 아랍권의 간섭 없이 협상을 통해 결정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동안 이스라엘이 1967년 중동전 때 점령한 지역에서 철수하는 것에 강력히 반대해왔다. 아랍 평화안은 지난달 베이루트에서 열린 아랍 정상회담에서 공식 채택됐으며아랍권이 이스라엘에 평화안을 제안하는데 뜻을 모은 것은 이것이 처음이다. 이 안은 사우디아라비아 압둘라 왕자의 제안을 토대로 한 것으로 샤론 총리는이 안에 대해 압둘라 왕자 같은 중요한 아랍 지도자가 이스라엘의 존재 권리를 인정한 것이라며 환영의 뜻을 표했었다. 그는 또 "미국은 이스라엘과 아랍권 회담이 성사되도록 도와야 한다"며 "파월장관과 회담 성사 방법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팔레스타인 국민에게 "우리는 당신들과 전쟁을 원하지 않으며 당신들을 지배하고 싶지도 않다"며 "우리는 당신들과 이웃에서 위엄있고 명예롭게 함께 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스라엘군이 이날 요르단강 서안 예닌 난민촌에 헬리콥터를 동원해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난민촌 소식통이 밝혔다. 이에 앞서 목격자들은 이스라엘군이 예닌난민촌 거주자들에게 확성기로 난민촌을 떠나라고 요구했으며 거부하면 공군이 폭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또 요르단강 서안 나블루스에서는 이스라엘군과 팔레스타인 주민 충돌로 팔레스타인인 3명이 숨졌으며 팔레스타인인 200여 명이 7일째 이스라엘군과 대치하고 있는베들레헴 예수탄생교회에서도 이날 오전 이스라엘군이 교회 근처 건물의 불을 끄던팔레스타인 전사 1명을 사살했다고 팔레스타인 소식통들이 밝혔다. (예루살렘 AP=연합뉴스) yung2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