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중 미국을 방문하는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부주석은 워싱턴 지도자들의 '실언' 등 '가장된 실수'를 용납해서는 안 된다고 홍콩 일간 명보(明報)가 8일 논평했다. 명보는 분석 기사에서 조지 W.부시 미 대통령이 4일 중국과 대만을 동등하게 '국가'로 취급하고 대만을 독립주의자들의 호칭인 '대만공화국'으로 부르는 등 도발적인 언사를 함에 따라 중-미간 외교적 풍파를 겪게 됐다고 강조한 뒤 후 부주석은 이런 상황에서 방미하는 만큼 한층 언행에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명보는 "중국은 외교부를 통해 미국에 '해명'을 요구한 뒤 '실언'이라는 이들의 해석을 그대로 받아 들여 후 부주석의 방미 문제에 아무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고 불만을 나타낸 뒤 "이런 상황에서 워싱턴으로 향하는 후 부주석의 발걸음이 가벼울리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대표적인 정론지로 평가 받는 명보와 홍콩경제일보 등 홍콩 신문들은 6일과 7일에도 부시 대통령의 '대만공화국' 및 '2개 국가' 발언을 '의도된 실언' 등으로 맹비난했다. 명보는 미 언론들이 99년 5월말 공개된 '콕크 (의원) 보고서'를 인용해 중국이 미국의 핵기밀을 훔쳤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해 중-미관계가 크게 긴장됐으며 중국인민들의 미국에 대한 호감도 크게 떨어졌다고 전했다. 주룽지(朱鎔基) 총리는 이런 상황에서도 방미를 강행하는 선의를 보였으나 미국이 주도하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는 주 총리 귀국 후 수 일만에 유고슬라비아 주재 중국대사관을 폭격함으로써 국내에서의 주 총리 이미지가 크게 깎였다고 명보는 논평했다. 이 신문은 또 후 부주석은 외교 경험이 부족한데다 주 총리만한 말 주변도 없어 방미 기간 중 현지 정치인이나 언론들에 휘둘릴 여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후 부주석이 벙어리나 귀머거리 노릇을 하지 않을 바에야 부시 대통령의 실언 및 미국의 도발적인 정책 변화 가능성이 내비쳐지는 '하나의 중국' 문제 등에 대한 시각을 묻는 언론들의 파상 공세를 피할 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명보는 또 후 부주석이 '언론 공세'라는 도전외에 귀국 직후 미국이 또 '실수'를 가장해 중국을 업신여기는 언행을 보일 경우 주 총리가 겪었던 것처럼 차기 지도자로서의 명성이 크게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홍콩=연합뉴스) 홍덕화특파원 duckhwa@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