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월가에서 활동하는 시장분석가, 주식거래중개업자, 펀드 매니저 또는 일반 투자자들이 쓰는 말 중에는 무슨 뜻인지 정확하게 이해가 안되거나 새겨서 들어야 할 것들이 많이 있다. 기업.금융 담당 기자들이 쓰는 기사의 표현 중에도 그런 것들이 많다. 특히 기업.금융 담당 기자들이 어떤 상황에 처하게 되면 깊은 생각없이 습관적으로 쓰는 상투적 표현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월 스트리트 저널은 최근 기자들이 습관적으로 쓰는 일부 표현을 소개하면서 그 표현이 모두는 아니지만 대개 어떤 상황에서 나온 것인가를 재미를 섞어 설명하는 기사를 게재했다. '금융담당기자들의 25가지 상투적 표현'이라는 제목의 이 기사에서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해 본다. ▲기자가 금융계에 있는 두 사람을 대상으로 취재를 한 결과 두 사람의 견해가 달랐을 경우 "금융업계 내부에서 의견대립이 있다"라고 표현하곤 한다. ▲기자가 마감시간이 임박한 상황 속에 서둘러 취재를 하려고 취재원을 찾았으나 연결이 안되면 아무 관계도 없는 스미스라는 한 사람을 기사에 등장시켜 "소송에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는 스미스씨는 오늘의 발표가 원고에게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고 쓸 경우도 있다. ▲기자실에 있는 동료기자들이 주가가 떨어질 것이라고 판단하면 "많은 투자자들은 주가가 더욱 폭락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쓴다. ▲기자가 "다음의 10개 투신상품은 지금 사는 것이 좋다"고 권고할 경우 그중 하나는 수익성이 아주 좋은 것이며 7개는 보통이며 2개는 신통치 않은 것인데 그중에 가장 좋은 하나를 고르는 것은 결국 투자자가 해야 한다. ▲"지난해 가장 실적이 좋은 투신상품을 소개한다"라고 할 경우 독자들이 백미러만 보고 운전을 잘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아주 도움이 되는 정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분기에 가장 좋은 실적을 낸 펀드매니저는 앞으로도 장이 좋을 것이다고 말했다"라고 쓴 기자는 자신이 항상 투자자들에게 "단기 실적에 연연하지 말라"고 충고했던 것을 기억해야 한다. (뉴욕=연합뉴스) 강일중 특파원 kangfa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