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언론에 한 여성이 연일 등장하고 있다. 나이는 49세, 전에는 변호사였지만 지금은 평범한 가정주부. 지난 89년 블라인드데이트(얼굴을 모르는 남녀가 소개로 만나는 것)로 남편을 만났고, 남편은 세계적 명사다. 불륜스캔들로 '당대 최고 CEO'의 명성에 흠집이 난 잭 웰치 전 GE회장의 부인 제인 웰치가 그 주인공이다. 그녀는 42세의 이혼녀에게 한 눈을 판 웰치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 일약 뉴스의 핵이 됐다. 66세인 웰치가 '로맨스 그레이'의 싹을 틔운 때는 GE회장 자리에서 물러난지 한달쯤 된 작년 10월이었다. 긴장과 결단의 자리인 기업 총수직에서 물러나자 몸과 마음이 해이해졌던 모양이다. 인터뷰차 한두번 만난 하버드비즈니스리뷰지의 여성편집장 수지 웨트로퍼와 금세 만리장성을 쌓은 걸 보니. 제인이 요구하는 위자료는 재산의 절반. 웰치 재산이 약 10억달러(1조3천억원)이니 5억달러를 '바람 한번 피운 대가'로 달라는 것이다. 전직이 변호사이니 위자료를 오죽 잘 챙길까. 그녀는 남편의 불륜을 진작에 알았지만 신문과 방송이 보도할 때까지 입을 다물고 있었다고 한다. 남편의 외도 사실이 대대적으로 보도된 후에 이혼소송을 내면 위자료 싸움에서 유리해질 것이라는 계산에서였다. 모든 면에서 불리한 웰치지만 아내와의 위자료 싸움에서 조금이라도 실속을 챙길수 있는 길이 하나 있다. 갖고 있는 세채의 대저택을 위자료로 우선적으로 줘버리는 것이다. 웰치와 웨트로퍼의 정염이 뜨겁던 작년말, 불황의 미국경제에도 뜨겁게 달아오른 게 하나 있었다. 지금도 활황인 부동산시장이다. 작년 12월 주택 매매량은 연율 5백30만채로 사상 최대였고, 지난 1년사이 중급 주택가격은 15만1천달러로 11% 올랐다. 그동안 미국 증시가 반토막나고, 1백여만명이 직장을 잃은 것에 비하면 부동산시장은 별천지였다. 그러나 최근 미국 부동산시장에서 거품론이 일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들은 "미국 집값이 상투까지 왔다"며 올 여름쯤 거품이 꺼지고 집값도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것이 웰치가 저택을 위자료의 최우선 순위에 올려놓아야 할 이유다. 집값이 천정에 있을때 집을 줘버리면 그만큼 위자료를 아낄수 있지 않겠는가. < leehoon@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