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의 한기독교 교회에서 17일 오전 폭탄테러가 발생, 미국 외교관 가족 2명 등 5명이 숨지고 스리랑카 대사와 미국인 10명 등 46명이 부상했다고 현지 경찰이 밝혔다.


이날 폭탄테러가 발생한 기독교국제교회는 미국과 중국 대사관 등 외교 시설이밀집해 있는 지역에 위치해 있어 외교관 가족 등 외국인들이 많이 예배를 보는 곳이다. 이 교회는 미국 대사관으로부터 불과 1㎞ 정도 떨어져 있다.


경찰과 목격자들은 "현지인으로 보이는 정체 불명의 남자 1명이 오전 10시50분께 신도들로 가득찬 예배당에 8개의 수류탄을 투척, 4-5개가 폭발했다"며 "이번 사고로 5명이 숨졌고 사망자 가운데 2명은 파키스탄에 주재하는 미국 외교관의 부인과딸"이라고 말했다.


파키스탄 주재 미 대사관측은 "대사관 컴퓨터부에서 근무하고 있는 밀튼 그린의부인인 바버러 그린과 딸인 크리스턴 웜슬리가 숨졌고 그린과 그의 아들은 부상했다"고 확인했다.


경찰은 미 외교관 가족 외에 아프간 남성 1명과 파키스탄 여성 1명이 더 숨졌으며 또다른 사망자인 남자 1명의 신원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스리랄 위라소리야 스리랑카 대사와 부인 등 46명이 이번 테러로 부상했으며 미국인 10명과 영국인 5명, 호주인 2명, 캐나다인과 독일인 각 1명, 이란인 7명 등이 부상자에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부상자들은 현재 3개 병원에 분산, 수용돼 치료를 받고 있으며 6-7명 정도가 중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발표, "무고한 민간인들을 상대로 테러 공격을 가한데 대해 크게 분노한다"면서 "이는 어느 누구도 인내할 수 없고 어떤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살인행위이며, 이번 일을 저지른 범인들을 강력 비난한다"고 말했다.


잭 스트로 영국 외무장관은 "이번 사건을 접하고 큰 충격을 받았다"면서 "희생자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표한다"고 밝혔다.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은 "이번 테러사건은 파키스탄의 국익에 해를 끼치는 행위"라고 비난하면서 보안 관련 기관들에 관련자 색출을 지시했다.


이번 폭탄테러는 지난해 10월28일 무장괴한들이 펀잡주(州)의 한 기독교 교회에서 15명의 신도와 이슬람계 경비원 1명을 사살한 이래 기독교 신도들을 대상으로 한최대의 유혈사태이다.


테러 사건 당시 예배당안에는 70여명의 신도들이 일요 예배를 보고 있었으며 많은 외교관 가족들도 참석하고 있었다고 현지 외교 소식통들은 전했다.


이번 사건에 관련된 범인의 숫자에 대해서는 1명에서 3명에 이르기까지 목격자들의 진술이 엇갈리고 있으나 고위 경찰관계자인 나시르 두라니는 "수사당국은 1명이 테러를 감행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사망자 가운데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남자가 테러범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모이누딘 하이데르 파키스탄 내무장관도 "지금까지 이번 범행을 자행했다고 주장하는 단체가 나오지 않고 있지만 사망자 가운데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남자가 자살폭탄테러범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이데르 장관은 또 "무샤라프 대통령의 이슬람 과격파 단속과 미국의 대테러전에 불만을 품은 무장세력이 이번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한편 파키스탄 당국은 교회 테러 사건 직후 국내 전역의 교회에 대한 보안 조치를 강화하는 한편 보안 관련 기관들에 비상 경계령을 내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있다.


파키스탄 내무부의 고위 관리인 타스넴 누라니는 "보안 조치를 강화하는 동시에이번 사건을 저지른 용의자와 그 배후에 대한 추적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슬라마바드<파키스탄> AP.AFP=연합뉴스) youngb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