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70개국에 약 1만개의 지하시설이 있으며 이중 약 1천400개가 지휘벙커, 미사일, 생화학.핵무기 제조.비축용 시설을 갖춘 `전략적' 지하요새라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가 17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최근 폭로된 미 국방부의 유사시 선제 핵 공격 계획인 `핵태세 검토'(NPR) 보고서를 인용, 미국이 가장 우려하는 잠재적 적국들이 무기를 지하로 이동시키고 있으나 "현재로선 미국이 이런 시설에 대처할 적절한 수단이 미흡하다"는 것을 시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1998년 이후 지하시설 숫자가 3분의1 이상 증가했다면서 이런 지하시설단지들은 면적이 몇 에이커에 달할 수 있으며 많은 지하요새들이 몇 개월 동안 수백명의 경비병을 주둔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지하시설들은 종종 지대공미사일의 보호를 받으며 시설 일부가 공격받아파손됐을 경우에도 가동할 수 있도록 환풍 및 통신, 전력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신문은 전했다. LA 타임스는 지하시설 구축에 가장 열성적인 나라의 하나로 북한을 꼽고 북한은공격시 휴전선을 넘을 수 있는 항공기와 전차, 병력, 대포 등을 숨기기 위해 비무장지대(DMZ) 인근의 화강암 산악지역을 파내왔다고 밝혔다. 신문은 또 중동지역에서도 지하시설이 인기가 있어 이라크의 경우 생화학무기를이런 곳에 은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러시아는 광범위한 지하시설을 계속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 정보기관들은 러시아가 90년대말 국방예산 축소에도 불구하고 우랄산맥의 한거대한 지하시설에 수십억달러를 투입하고 있는 것으로 믿고 있다. 미국도 국가 지도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냉전 당시 워싱턴 일대에 구축한 대규모지하시설을 지금도 유지하고 있다. LA 타임스는 많은 나라들이 이처럼 지하 깊은 곳에 벙커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에 미 국방부가 이를 파괴할 수 있는 `미니 핵폭탄'을 개발하려고 하고 있으나 외국정부와 의원들, 무기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런 지하벙커침투 소형 폭탄이 과연 민간인 희생 없이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지 등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군축옹호자인 프린스턴대의 로버트 넬슨 교수(물리학)는 "15킬로t의 히로시마원폭의 1% 정도 파괴력을 지닌 지하침투미사일로는 지하를 충분히 뚫고 들어갈 수없다"면서 "이 정도의 폭발력만으로는 투하 지역에 치명적인 방사능 낙진만을 일으킨다"고 지적했다. 일부 분석가들은 몇 미터의 바위와 콘크리트를 뚫고 들어간 후 폭발할 정도로강력한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했으나 다른 전문가들은 차세대 핵무기들이 불가능한 것만도 아니라고 주장했다. 미군은 최근 아프가니스탄 공습에서 지하벙커용 `열기압' 폭탄 BLU-118을 처음사용했으며 이보다 파괴력이 6배나 큰 대형 BLU 폭탄제조를 노드롭 그루먼사에 발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권오연 특파원 coowon@a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