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행을 희망하며 베이징(北京) 소재 스페인대사관에 진입한 탈북자 25명이 사태발생 만 27시간만인 15일 오후 필리핀행 비행기에 오름에 따라 중국 당국이 이례적으로 신속한 결정을 내린 배경이 주목된다. 정부 당국자들도 놀랄 정도로 빨랐다고 평가한 지난해 6월 장길수군 일가족 7명의 베이징 유엔난민고등판무관(UNHCR)실 진입사태 때 길수군 일행이 사태발생 나흘째에 중국을 떠났던 점은 이번 사건이 얼마나 빠르게 해결되었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길수군 사태 때는 중국의 최대 관심사인 2008년 올림픽 개최지 선정투표를 목전에 두고 있어 중국 정부를 상당히 압박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 같은 점에서 당초 우리 정부는 이번 사건 발생초기 지난해 장길수군 사태 때와는 달리 장기전에 돌입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게다가 중국이 지난해 장길수군 사태 이후 탈북자 단체에 대한 '불쾌감'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고, 이번에 길수군식 조기해결을 취할 경우 앞으로 유사사례가 잇따라 터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는 점도 이같은 지연해결 관측을 뒷받침했다. 그러나 중국이 이번 사건을 조기에 해결키로 가닥을 잡은 것은 사태를 장기화할 경우 받는 부담이 조기해결에 비해 너무 크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탈북자 25명의 대사관 진입장면이 외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이번 사건의 해결방향에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점도 중국의 판단을 더 이상 미룰 수 없게 했던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스페인이 올 상반기 유럽연합(EU)의 순번 의장국이라는 점도 사태의 조기해결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풀이된다. EU 국가들이 전통적으로 인권을 중시하고 난민문제에 대해 관대한 정책을 펴고 있는 상황 때문에 유럽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중국으로서는 조기 3국행 이외의 별다른 '옵션'이 없었다는 분석이다. 스페인이 사건발생 초기 "인도주의적 해결책 모색"이라는 분명한 입장을 밝히며 중국측과 적극적인 교섭에 임한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물론 우리 정부도 나름대로 14일 사건발생 직후 중국 및 스페인 양측에 "인도주의적 원칙에 따른 사태해결과 특히 본인 의사에 반하는 곳으로 보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거듭 전하며 외교경로를 통해 중국측에 대한 설득을 벌인 바 있다. 정부 관계자는 "중국이 지난해 장길수군 일가족 사태를 처리하면서 터득한 교훈이 나름대로 이번 사태의 조기해결에 반영된 것이 아니겠느냐"고 분석했다. (서울=연합뉴스) 황재훈기자 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