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차세대 벙커 파괴용 핵무기 개발을 위해 지난 1992년 이후 계속돼 오고 있는 핵실험 유예(모라토리엄)를 포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14일 알려졌다. 이같은 사실은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인 '글로벌시큐리티닷오르그'(GlobalSecurity.org)가 14일 웹 사이트에 공개한 미 국방부의 '핵태세 검토(NPR)' 보고서를 통해확인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방부 전략가들은 "미국은 추가 핵실험 없이 핵무기를 유지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이는 불확정한 미래에는 가능하지 않을지도모른다"고 경고했다. 전략가들은 또 미국이 비축중인 핵무기에서 노후화, 생산 결함 등에 따른 일부문제점을 이미 확인됐다고 지적한 뒤 "비(非)핵실험 환경에서 (핵)능력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이 훨씬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미 국방정보국(DIA)은 현재 70여개 국가에 최소 1만개의 지하 벙커가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이 가운데 1천400개 이상은 대량 살상무기의 전략적 비축창고로 활용되는 한편 탄도미사일 발사대와 지휘통제소가 은닉돼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현재 미국은 이러 전략 시설에 대처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을 확보하고 있지 못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런 지하 시설을 파괴할 수 있는 더 작고 더 효율적인 차세대 핵무기를 개발하고 실험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 미 군사 전문가들의 견해다. 보고서는 미국은 "즉각적이고 잠재적이며 예기치않은 사건"에 개입할 가능성이 있는 국가의 목표물을 타격하는데 더욱 적합한 핵무기를 개발할 필요성이 있다면서 북한, 이라크, 이란, 시리아, 리비아를 지목했다. 보고서는 "특히 북한과 이라크는 만성적인 군사적 우려감을 안고 있는 국가"라고 강조하면서 이들 5개국중 일부 또는 전부는 광범위한 규모의 지하 군사시설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단단하고 깊숙이 묻혀있는 목표물과 같은 구체화되는 위협과 기동성을 갖추고 재배치가 가능한 목표물, 그리고 생화학 약품을 격퇴하는 한편 정확성을 개선하고 부수적인 파괴를 제한하기 위한 새로운 능력이 개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영국, 중국, 프랑스, 러시아와 더불어 1992년 이래 핵실험 유예 조치를 유지하고 있으며, 인도와 파키스탄만이 1998년 핵실험을 실시함으로써 핵 클럽에 진입했다. (워싱턴 AFP=연합뉴스) jus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