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행을 희망하며 베이징(北京) 소재 스페인대사관에 들어간 25명의 탈북자 신병처리 문제가 `조기 제3국행 추방 →한국행'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당사국인 중국과 스페인간의 집중적인 협의와 함께 한.중, 한.스페인간 접촉에서 중국측도 이같은 방안에 원칙적인 동의를 표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들의 제3국행 방법과 시기, 장소 등이 관심이 되고 있다. ▲제3국행 여부 = 중국 외교부 장치웨(章啓月) 대변인은 사건이 발생한 14일 이들 탈북자 25명이 난민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는 지금까지 탈북자들에 대해 난민지위를 인정한 전례가 없는 중국의 기존 입장과도 일치한다. 그렇다고 중국이 세계 여론이 집중된 상황에서 난민을 강제 체포, 북송할 가능성은 힘들다. 이 때문에 이들 25명의 탈북자가 강제북송 대신 지난해 6월 장길수군 가족때와마찬가지로 제3국 추방 형식을 통해 중국을 떠날 것이 유력시된다. 중국 소식통들도 이들이 `불법입국죄'로 추방될 것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제3국행 시기 = 사건이 발생한지 만 24시간이 다 되도록 구체적인 제3국행 시기는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이들은 당초 예상보다 훨씬 빨리 제3국행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이에 대해 공식적으로 "두고보자"는 말을 되풀이하고 있지만, 이미 사건이 발생한 14일 저녁 중국측으로부터 조기 3국행과 관련한 모종의 `암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중국측이 어제 신중한 시그널을 보내온 것이 있다"면서 수일내3국행 여부에 대해 "중국이 여러 옵션을 놓고 검토중으로, 그럴 가능성도 있다"고말했다. 다만 장길수군 사건에 이어 이번에도 조기해결의 가닥을 잡을 경우 앞으로 유사한 사례가 잇따라 터질수 있다는 부담 때문에 중국측이 최종 결심을 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져 15일 벌어질 한.중, 중.스페인간 연쇄접촉 결과가 주목된다. ▲제3국 장소 = 탈북자들이 갈 수 있는 제3국으로는 우선 25명의 탈북자들을 보호하고 있는 스페인이 거론되고 있다. 스페인으로서는 싫든 좋든 탈북자 문제에 개입되어 있는 이상 이들을 자신들의책임하에 당분간 보호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중국내 유사사건 발생시 종종 이용되던 동남아국들도 고려대상이다. 지난해 장길수군 일가족의 유엔난민고등판무관(UNHCR)실 진입 때나 지난 97년황장엽(黃長燁)씨 망명사건 때 협조했던 필리핀이 우선 거론된다. 아울러 태국, 미얀마 등 동남아 몇개국이 함께 거론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본행 가능성도 점치고 있지만, 일본은 지난번 장길수군 가족 제3국행 때 당초 한.중 양국의 고려대상이 아니었던 점에 미뤄 실현가능성은 미지수이다. 일본에는 조총련계가 많다는 점에서 신변안전의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유사사건 발생시 제3국 선택의 주요 기준으로 북한 공관이 없고, 탈북자들의 신변안전이 확실히 보장되는 수준의 치안능력 보유국 등을 감안해 왔다. ▲한국행 시기 = 이들이 빠르면 수일내 제3국행에 오를 경우에도 정확히 언제자신들이 희망하던 한국에 도착할지는 섣불리 예단할 수 없다. 장길수군 사태 때는 베이징→싱가포르→필리핀을 거쳐 곧바로 서울에 도착했지만, 중국측은 당시에도 탈북자들이 제3국에서 한동안 체류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던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을 자극하지 않고, 탈북자 제3국행이 곧바로 한국행으로 이어진다는 부담에서 벗어나기 위한 차원이다. 이번 사태도 중국측이 인도적 관점에서 조기 제3국행을 택하더라도 1-2주일, 길면 1-2개월의 제3국 체류 조건을 붙일 가능성이 있다. 그렇지만 스페인 등의 부담을감안해 형식적으로 하루 이틀의 제3국 체류 이후 서울행 가능성도 있다. (서울=연합뉴스) 황재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