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이 주도한 아프가니스탄전쟁에서 붙잡힌 탈레반 포로는 잊혀진 포로다. 이들은 아주 열악한 시설에 수용돼 각종 전염병을 앓을뿐만 아니라 포로수용소에서 차츰 죽어가고 있다. 미국의 뉴욕타임즈는 14일 아프간내 조우즈잔 포로수용소를 소개하면서 탈레반 포로의 근황을 이 같이 전했다. 이곳의 탈레반 포로는 모두 3천명에 이른다. 이들은 대부분 쿤두즈 지역에서 알카에다 전사들과 함께 최후까지 항전하겠다고 버티다가 항복한 포로들이다. 이 포로들은 당초 유엔에 이첩된다고 알려졌다. 그런가 하면 아프간 임시정부 관리들은 이들을 잘 대우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그러나 4개월이 지난 지금 이런 기대는 희망에 불과했다. 아프간전쟁이 아직 지속되고 있어 임시정부 고위 관리들은 이 포로들에게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다. 수용소장 주라 베그 장군은 "15일마다 한 명씩 죽어간다. 식량도 부족할 뿐더러 의약품도 없다"고 현재의 실상을 전했다. 미군은 탈레반 포로들을 수용소에 수용할 때 포로 가운데 가장 '악질분자' 약 1백명을 골라내 쿠바 관타나모 기지로 데려갔다. 우즈베키스탄 정부도 자국민 10명을 데려갔다. 수용소장은 이슬람 축제를 앞두고 자기 권한으로 노인과 병자 포로 250명을 석방했다. 나머지 포로 약 3천명은 대체로 아프간 사람 또는 파키스탄 사람인데 이처럼 '낙동강 오리알' 신세를 면치 못한다. 특히 파키스탄 포로들은 장래가 불투명하다. 이들은 외국인 자격으로 아프간 내전에 참전했다. 따라서 이들은 자국 정부의 석방 노력과 더불어 아프간 정부의 사면조치가 있어야만 풀려나 자유로운 몸이 될 수 있다. 일부 아프간 관리가 자국 재판설과 함께 파키스탄 이송설을 이야기하는 가운데 베그 장군은 아직 포로 처리와 관련해 결정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베그 장군이 전하는 수용소의 열악한 상황은 이렇다. 포로 약 3천명은 현재 감방 40개에 수용됐다. 그런데 이 수용소는 당초 800명을 수용하도록 만들어졌다. 수용소는 정부의 긴축으로 포로 급식을 줄여야만했다. 그런가하면 이곳의 의사는 의약품이 부족해 포로들이 병이 나면 그저 위로의 말만 전달해야 한다. 위생시설은 더 열악하다. 포로들이 마시는 물은 인근 하천에서 그냥 떠 온 물이다. 그런데 하천은 각종 쓰레기가 널려 있는 곳이다. 감방은 좁고 어두워 각종 질병이 발생하기 아주 좋은 곳이다. 실제로 이곳에서 이질 환자, 황달 환자, 간염 환자가 발생했다. 보스턴의 인권의사회는 지난 1월 이곳을 방문해 이 수용소가 포로 대우와 관련해 국제 기준을 심각하게 위반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뉴욕=연합뉴스) 강일중 특파원 kangfa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