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취업전선에 나섰던 790만명의 미국인들에게 미국 경제는 현재 불황이거나 적어도 최근까지 불황이었다. 반면 지금까지 직장을 잃지 않고 있는 1억4천140만명에게는 불황이 너무 빨리 왔다가 가버려 불황이 있었다는 사실을 거의 눈치채지 못할 정도였다. 부시 행정부도 상황에 따라 불황의 존재 여부에 대해 입장을 바꾸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의회에 경기부양책 통과를 촉구할 때는 경기침체를 거론했지만 폴 오닐 재무장관은 최근 "경제가 불황을 겪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명확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것은 불황이 언제 시작되고 끝나는지를 판단하는 전통적 공인기관인 국가경제연구소(NBER)의 입장과도 상충하는 것이다. NBER은 미국이 지난해 3월부터 불황에 진입했다고 11월 발표했었다. 그러나 일부 민간 경제학자들은 NBER의 발표에 대해 동의하지 않고 있다. 현재의 경기후퇴는 보통의 불황에서 나타나는 정도의 깊이와 폭을 수반하지 않고 있다는것이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앨런 그린스펀 의장과 다른 경제학자들은 경기회복이 현재 진행중이라면서 이번 불황은 미국 역사상 가장 강도가 약했던 것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많은 분석가들은 NBER이 불황이 끝난 시기를 지난해 12월이나 올 1, 2월로 발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분석가들은 NBER의 판단과는 관계없이 이번 불황이 여러가지 면에서 보통 때와는 다르다고 말하고 있다. 일례로 통상 경기침체때 큰 타격을 입는 주택과 자동차에 대한 소비자의 지출이 줄곧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불황을 최소화하는데 도움이 되고 있다. 실제로 국내총생산(GDP)은 0.3% 줄어드는데 그쳐 과거 가장 강도가 약했던 지난 69-70년 불황때보다 소폭이었다. 그러나 직장을 잃었거나 새 직장을 찾지 못한 미국인들에게는 이같은 수치들이 별다른 위안이 되지 못하고 있다. 그들에게 불황은 고통스러운 현실일 뿐이라고 분석가들은 말했다. 한 전문가는 "다른 사람이 직장을 잃으면 불황이지만 당신이 직장을 잃으면 공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경기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해고했던 근로자들을 다시 고용하는 것을 주저하고 있어 현재 5.6%인 실업률은 더욱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부 학자들은 실업률이 금년 중반께는 6-6.5%까지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워싱턴 AP=연합뉴스) ks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