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산 보드카를 즐겨찾는 세계 애주가들이 러시아내 상표분쟁으로 인해 러시아가 아닌 인접국 라트비아에서 만들어진 보드카를 맛보아야 할 상황에 이르게 됐다. 4일 뉴욕 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현재 러시아정부와 상표권을 갖고 있는 소유즈플로딤포르트라는 보드카 메이커가 상표분쟁을 벌이면서 러시아의 칼리닌그라드 항구에는 세계적 명성의 러시아산 보드카인 스톨리크나야 및 모스코프스카야가 외국으로 수출되지 못하고 분쟁이 해결될 날만 기다리고 있다. 러시아정부는 소유즈플로딤포르트가 과거 소련연방이 붕괴되고 사회가 혼란한 과정에서 당시 국영회사가 갖고 있는 43개의 보드카 상표권을 불법으로 완전 헐값에 가져갔다며 상표권을 되돌려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 회사는 지난 1990년대 초에 30만달러라는 싼 값에 상표권을 사들인 것을 사실이지만 그 때는 아무도 그만한 돈을 주고 보드카 상표권을 사려는 기업이 없었기 때문에 헐값으로 산 것이지 불법은 아니었다며 정부주장을 반박했다. 러시아법원은 상표권분쟁이 시작되면서 지난해 러시아정부 손을 들어주었으나 SPI라고 불리는 이 회사는 다시 법정투쟁을 통해 상표권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러시아정부는 SPI를 형사고발했으며 약 2주전에는 이 회사 수출용 보드카의 선적을 금지시켰다. 스톨리크나야 보드카는 미국에서 2번째로 수입량이 많은 인기 보드카이며 모스코프스카야 보드카는 서유럽에서 애주가들이 많이 찾고 있는 브랜드다. 상황이 이렇게 발전하자 SPI측은 과거 소련연방 국가 중 하나로 지금은 러시아와 는 관계가 좋지 않은 라트비아에 보드카 공장을 만들어 여기서 만들 술을 수출할 계획이다. 그러나 러시아 양조업계에서는 "러시아 보드카가 러시아에서 만들어지지 않을 때 술맛이 제대로 나겠느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SPI는 올해 세계 각국에 약 4억달러어치의 보드카를 수출할 계획이다. (뉴욕=연합뉴스) 강일중 특파원 kangfa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