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와구치 요리코(川口順子) 일본 외상은 4일 외무성 인사 개입 등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스즈키 무네오(鈴木宗男) 자민당 의원문제에 대한 외무성 자체 조사 결과 보고서를 발표했다. 가와구치 외상은 이 보고서에서 스즈키 의원이 러시아와 영토 분쟁이 일고 있는 '북방 영토'의 하나인 구나시리(國後)에 '우호의 집' 등을 건립하는 과정에서 외무성에 입찰 압력 등을 행사한 사실을 인정했다. 보고서는 또 콩고 전 주일 임시 대리 대사에 대한 외교관 신분증 발급을 둘러싸고도 스즈키 의원이 이를 발급하지 말도록 간접적으로 압력을 행사한 사실을 확인했다. 자민당 최대 파벌인 하시모토(橋本)파의 실력자 스즈키 의원은 외무성에 '스즈키 군단'이 존재하며, 그가 결재를 해야만 외무성 인사가 이루어진다고 할 정도로 외무성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그는 도쿄에서 개최된 아프가니스탄 국제 지원 회의의 비정부 기구(NG0) 참가저지 외압을 둘러싸고 다나카 마키코(田中眞紀子) 전 외상과의 갈등과 대립이 절정에 달한 것을 기화로 그동안 `은폐'돼 왔던 외무성 인사와 각종 이권 개입 의혹 등이 속속 드러나면서 조만간 국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소환될 처지에 빠져 있다. 이 과정에서 스즈키 의원은 연립 여당내에서조차 출당 또는 의원직 사퇴 압력에 직면하는 등 최대의 정치 위기에 빠져 있다. 한편 연립 여당은 이날 간사장 회의 등을 열고 스즈키 의원에 대한 국회 청문회를 2002년도 예산안이 중의원을 통과한 후에 갖기로 방침을 정했다. 야당측은 이에 대해 예산안이 중의원 통과전에 청문회를 개최해야 한다며 예산안 심의를 거부한다는 입장이나, 여당측은 예산안 단독 표결도 불사하겠다는 강경방침을 견지하고 있어 적잖은 파란이 예상된다. 간 나오토(菅直人) 민주당 간사장은 이와 관련,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가 지금처럼 내각 지지율이 계속 하락할 경우 예산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후 중의원 해산을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도쿄=연합뉴스) 김용수특파원 ys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