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베트남간에 처음으로 열린 고엽제에 대한 영향평가회의에서 양국의 과학자는 물론 양국 정부간에도 큰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베트남의 고엽제 관련 과학자와 정부관계자 등이 참석해 3일 하노이 대우호텔에서 개막된 회의는 고엽제 살포가 끝난지 32년 만에 처음으로 열린 공식적인 회합이란 점에서는 큰 의미를 갖고 있으나 양국간 입장차이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입장 차이는 회의 시작 전 이번 회의를 언론에 공개할 것인가 말 것인가로부터 시작됐다. 언론에 완전히 개방하자는 미국측의 의견과 비공개로 하자는 베트남측의 입장은 결국 극히 제한된 미국과 베트남의 일부 언론사에 개폐회식 등 제한된 행사만 개방하는 선에서 절충이 이루어졌지만 과학적인 결론을 토대로 정당하게 고엽제의 폐해여부를 규명하자는 미국측의 의견과 정치적으로 해결하려는 베트남측의 의견 차이는 컸다. 개막식에서 축사를 한 레이먼드 버거트 베트남 주재 미국대사는 이러한 회의가 모든 언론에 공개돼야 마땅하다며 비공개로 진행되는데 대해 유감을 표시했다. 그는 그러나 "이번 회의는 미국과 베트남간에 마지막으로 남은 '유령'을 제거하는 작업이라는 점에서 엄청난 중요성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고 "그런 점에서 양국관계자들은 사심을 버리고 자유스럽게 공통의견을 이끌어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결국 회의는 개막식과 기조연설만을 공개한 채 시작됐으나 정작 필요한 과학자들의 발표내용이 공개되지 않아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과학자들의 발표내용도 미국과학자들이 고엽제가 여러가지 질병을 유발할 가능성은 있으나 구체적으로 자녀들에까지 불치병을 유발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입증할만한 자료가 나오지 않았다고 주장한 반면 베트남과학자들과 베트남에서 활동한 일부 미국 과학자들은 고엽제에 포함된 다이옥신이 대량으로 베트남 전역에 뿌려져 아직도 땅 속에 배어 있다고 지적하고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직간접으로 피해를 입고 있다고 말했다. (하노이=연합뉴스) 권쾌현특파원 khkw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