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 중립국인 스위스의 유엔 회원국 가입안이 3일 국민투표를 통과했다. 아킬 카사노바 스위스 정부 대변인은 국민투표 결과 발표를 통해 투표자의 54.6%가 유엔 가입안을 지지했으며 20개 칸톤(州)에다 절반의 권리만 인정받는 하프칸톤(州) 6개를 덧붙인 전체 26개 칸톤의 과반이 유엔 가입에 찬성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스위스는 오는 9월 유엔총회에서 회원국 가입을 정식 신청, 190번째 회원국이 될 수 있게 됐다. 스위스 ATS 통신이 발표한 국민투표 결과에 따르면 전체 유권자의 58%가 참여한 이날 선거에서 유엔 가입 반대율은 45.4%를 기록했으며, 하프칸톤 2개를 1개 단위로 묶어 전체를 23개 칸톤으로 편성할 경우 11개 칸톤이 반대한 것으로 집계됐다. 현행 스위스 헌법은 유엔가입 요건으로 투표자 과반수의 지지와 23개 칸톤으로 전국을 편성했을때 과반의 지지를 확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날 국민투표는 스위스 국영 SRG방송이 개표에 앞서 실시한 출구 예측조사에서찬.반율이 거의 비슷하게 나타나 예측치 공표를 몇 시간 연기하는 진통을 겪을 정도로 팽팽했으며, 개표 결과 역시 근소한 차로 유엔 가입이 확정됐다. 요셉 다이스 외무장관은 개표 결과가 나오자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과 전화통화를 갖고 유엔 가입 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아난 사무총장은 이같은 결과에 대해 유엔의 이상과 직무에 대한 신념의 표현이라고 환영하면서 스위스가 유엔에 가입하면 충분히 제 목소리를 내고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프레드 에카르트 유엔대변인이 전했다. 영국의 잭 스트로 외무장관은 스위스의 유엔 가입안 통과를 환영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영국은 유엔이 담당해야 할 새로운 임무를 스위스와 협력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독일의 요시카 피셔 외무장관도 가장 오랜 민주주의 전통을 가진 국가중 하나인스위스가 유엔 회원국이 된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국민투표 결과에 대해 스위스 보수 정당 국민당 당수인 크리스토프 블로셰는 스위스의 독립 주권과 중립성이 손상을 입었으며 나아가 국가를 약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하고 이제부터는 유럽연합(EU) 가입안 반대 투쟁을 벌여나가겠다고말했다. 스위스 정부는 그동안 탈냉전 이후 세계화가 급속히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제사회에 적극 기여하고 스위스의 위상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유엔 가입이 필수적이라는 논리로 지지를 호소해왔다. 스위스는 현재 세계보건기구(WHO)를 비롯한 유엔 기구에 일부 가입해 있고 20여개 유엔 산하기구의 본부를 유치하고 있지만, 유엔총회에서는 바티칸과 함께 옵서버자격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로써 교황청만이 유일하게 유엔 정회원국이 아닌 옵서버자격으로 유엔에 참여하게 됐다. 스위스는 1986년에도 같은 취지의 국민투표를 실시했지만 동-서 양극화 현상에따라 스위스의 중립국 지위가 위협받을 것이라는 반대파가 득세하는 바람에 무산된 바 있다. (제네바=연합뉴스) 오재석특파원 oj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