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Economist 본사 독점전재 ] 선진 10개국(G10) 중앙은행 총재의 모임인 바젤위원회가 삐끗거리고 있다. 쏟고 있는 시간과 정열에 비해 위원회가 이렇다 할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바젤위원회는 지난 수년 동안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세계 금융산업이 건전한 성장을 거듭할 수 있도록 새로운 모델을 찾아 왔다. 그 노력의 결정판이 바로 지난해 완성한 새로운 BIS규정 초안이다. 이 초안은 금융기관이 자기자본비율 8%를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는 기존의 BIS규정을 대체하기 위한 것이다. 핵심은 부실채권 대손충당금 비율을 좀더 높여 금융기관의 안정성을 높이자는 취지다. 하지만 새 BIS규정이 나오자마자 바젤위원회에 비난이 쏟아졌다. 회원국들은 이해관계에 따라 다양한 목소리를 냈지만 정작 바젤위원회는 이를 단일화된 소리로 통합할 권위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바젤위원회는 최근 회의에서도 한 목소리를 내는 데 실패했다. 결국 새로운 BIS 규정의 시행이 1년간 늦춰지는 결과가 발생했다. 바젤위원회가 비난의 타깃이 된 이유는 새 BIS규정의 시행이 늦춰졌다는 이유때문만은 아니다. 위원회가 만든 새 BIS규정 자체에 대한 비난도 만만치않다. 회의론자들은 새 BIS 규정 자체가 모순덩어리라고 단정하고 있다. 잡음도 그치지 않는다. 일부 국가는 새로운 BIS규정들은 특정 위기에 대처하는 대손충당금을 너무 많이 요구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상황이 꼬여가자 지금은 일부 낙관론자조차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세계 모든 은행들이 새 규정을 동시에 시행할 때 효력이 발휘되지만 그렇지 않을 것 같아 부작용이 생길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모든 금융기관이 한꺼번에 새 규정을 이행하지 않으면 이는 금융기관의 경쟁력 향상에 하등의 도움을 주지 못한다. 오히려 까다로운 규정에 의해 이 규정을 준수하는 은행만 불리해진다. 나라마다 경제상황이 달라 새 BIS규정을 강제할 근거가 없다는 것이 바젤위원회의 고민이다. 일관성 문제에서도 새 BIS규정은 비난을 피해가지 못할 전망이다. 바젤위원회는 충분한 의견 수렴을 통해 새 BIS규정을 확정한다는 명분 아래 2백50개 이상의 의견을 검토했다. 물론 검토의견이 많으면 많을수록 다양한 견해를 수렴할 수 있다. 문제는 그 과정이 아니라 의견 수렴인의 태도에 있다. 바젤위원회는 합의에 의한 결론 도출에 급급한 나머지 결국 일관성을 잃고 말았다. 일부 선진국들의 특수 상황에 대한 예외규정을 두었다는 점이다. 개발도상국도 불만이 없는 것이 아니다. 새 BIS규정이 너무 선진국에 유리하게 만들어졌다고 불평하고 있다. 이 규정에 따라 금융산업을 개방할 경우 선진국 금융기관에 의해 자국 금융시장이 잠식당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아무튼 새 BIS 규정은 이제 2006년부터 실시된다. 하지만 도입 초기부터 진로가 순탄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유는 간단하다. 새 규정은 어떤 사람이 재단사에게 자신의 몸매는 고려하지 않고 어떤 모델의 기준에 맞게 팔 길이는 이렇게 늘리고,허리는 저렇게 줄이라고 요구한 격이기 때문이다. 재단사가 뛰어나다 보니 옷은 완성될 것이다. 그렇지만 과연 누가 이 옷을 입고 편안함을 느낄 수 있을까. 정리=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 .............................................................. ◇이 글은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에 실린 'The good tailors of Basel'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