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미 대통령의 방한이후 한반도 정책을 담당하는 미국 관리들의 대북대화 재개를 위한 물밑 움직임이 활발하다. 잭 프리처드 미 대북교섭 담당대사는 21일 하루에 김성환(金星煥) 외교부 북미국장, 심윤조(沈允肇) 청와대 외교통상비서관, 차영구(車榮九.육군소장) 국방부 정책보좌관을 잇따라 만나 북한을 대화로 이끌어 내기 위한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이들 자리에는 마이클 그린 미 NSC(국가안보회의) 아시아담당관도 있었다. 프리처드 대사는 잇단 면담에서 대북 대화가 성공적으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현재 뉴욕에서 박길연 유엔주재 북한대사를 만나는 것을 넘어 카운터 파트인 김계관(金桂寬) 북한 외무성 부상을 만날 의향이 있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는 대화재개를 위해 평양을 전격 방문할 것인지 등에 대해서는 이렇다할 답변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잇단 면담에서 드러난 미국의 입장은 원칙적으로 북한과 대화를 할 수 있지만, 무엇보다 북한의 반응이 없는 상황에서 먼저 나서서 대화를 '구걸'하지는 않겠다는 것이어서 현 단계에서는 어느 정도 시일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미간 대화재개가 조만간에 이뤄질 가능성이 그다지 높지 않은 데는 미국이 대북정책에 대한 `총론'을 정하기는 했지만, 그 총론을 어떻게 구체화시킬 것인가 하는 `각론'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정리를 못하고 있는 측면도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9.11 테러이후 미 행정부가 아프가니스탄을 상대로 한 대테러 전쟁에 몰두하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실무자들이 북한문제를 신경쓸 겨를이 없었을 것이라고 국방부 관계자는 22일 전했다. 미국이 생각하는 의제가 핵과 미사일, 재래식무기 등 모두 군사적 현안에 집중돼 있는 점도 당장 북.미간에 대화가 이뤄지기 힘들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이들 문제를 논의하려면 결국 북한의 군부와 대화를 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볼 때 미 국방부와 북한 군부가 테이블에 마주 앉을 가능성은 희박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우리측 관계자들은 핵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미사일은 미국, 재래식무기는 한국이 각각 담당하는 방안이 가장 현실적임을 재차 강조했다고 한다. 미국측은 앞으로 남북대화가 재개되더라도 이산가족 상봉이나 대북 식량지원 등은 가능하지만, 한국이 북한에 달러나 전력 등을 공급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다는 점을 밝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달러나 전력 등은 북한 정권을 강화시킬 수 있는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는 부시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포함한 북한 정권과 주민을 분리해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한 것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토머스 슈워츠 주한미군 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은 조만간 미 본국으로 들어가 부시대통령 등에게 한반도 관련 브리핑을 할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연합뉴스) 이 유 기자 ly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