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성지순례 행사 `하지(haji)'에 참석하기 위해 전세계에서 사우디 아라비아 메카로 몰려든 약 240만명의 순례자들이 21일 예언자 마호메트가 마지막으로 설교했다는 아라파트산에 집결,행사의 절정을 이뤘다. 순례자들은 이날 오후 약 12㎞ 떨어진 미나평원에서 도보와 버스, 픽업트럭편으로 순례 여정의 가장 상징적인 장소인 아라파트로 몰려들었다. 이날 행사는 비교적 평온하게 진행됐으나 이란에서 온 순례단은 메카에서 반미시위를 벌였다. 이란 관영 TV는 순례단 지도자인 율법학자 모하마드 모하마디-라이샤흐리가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미국의 오만함을 거부하고 팔레스타인에게 대 이스라엘 투쟁을위한 지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외치며 시위대를 이끄는 모습을 방영했다. `이교도로부터의 해방'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시위대는 이슬람의 적들이 꾸민 음모를 전세계 이슬람 순례자들에게 알리는 일이 시위의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사우디 당국은 정치적 시위.집회를 불허했지만 이란 순례단 시위대와 현지 경찰의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다른 순례자들은 아라파트산이 가까이 다가오자 일제히 신을 칭송했다. 순례자들은 "여기에 알라가 있고 당신의 부름에 답하고 있나이다. 알라를 제외한 어떤 신도 존재하지 않나이다"고 외쳤다. 이날 일몰 전까지 아라파트산에 올라 기도하는 것은 성지순례의 절정이며 제시간에 도착하지 못한 순례자들은 다음번 하지를 기약하게 된다. 이집트에서 온 파크리 바시우니(52)는 "처음 이 곳에 왔는데 뭐라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온세계에서 이슬람이 용서와 승리를 이루도록 기도해야겠다"고 감격해했다. 예멘 출신인 아흐마드 모흐센(65)은 특히 팔레스타인인들이 승리를 얻을 수 있도록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우디의 최고 율법학자 셰이크 압둘 아지즈 알-셰이크는 이날 낮 이슬람 세계가 처한 현 상황에 관해 설교할 예정이었으나 정치적 집회를 갖지 않기로 함에 따라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압둘 아지즈는 대신 순례자들에게 "시위나 정치적 슬로건을 내거는 것은 금지돼있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비공식 집계에 따르면 이번 하지 행사에는 사우디 이외 국가에서 140만명의 순례자들이 참가했으며, 사우디 전역에서 온 80만명과 메카 주민 20만명이 합류한 것으로 나타났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이날 아라파트산 주변에는 수천명의 경찰이 배치되고 헬기들이 하루 종일 상공을 선회했다. 현지 언론들은 지금까지 특별한 불상사는 발생하지 않았으나 60대 이상의 순례자 101명이 행사 도중 질병으로 사망하고 약 570명이 탈진과 기타 질환으로 병원에후송됐다고 보도했다. (아라파트.테헤란 AFP.dpa=연합뉴스)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