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교도 200여만명이 20일 사우디아라비아 미나에 집결, 텐트속에서 밤을 보내는 것으로 이슬람교 최대의식의 하나인 메카 성지순례(하지)에 들어갔다. 앞서 순례자들은 이날 승용차와 버스를 이용하거나 심지어 차량 지붕에 올라탄채 메카에서 미나 평원으로 이동했다. 순례자들의 대이동이 진행되는 동안 교통체증으로 차량이 꼬리를 물고 도로에 늘어서는 등 극심한 혼잡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슬람 전통에 따라 순례자들은 의식 첫 날인 이날 예언자 무하마드가 했던 것처럼 메카에서 미나 평원으로 이동, 기도를 올리며 텐트에서 밤을 지샌 뒤 이튿날 12㎞를 걸어 무하마드가 마지막 설교를 한 아라파트 동산에 올라 해질 때까지 기도를하게 된다. 순례자들이 모여든 미나 평원에는 부부용 텐트, 뷔페식당, 냉장고, 컴퓨터, 인터넷 등 문명의 이기가 대거 등장, 눈길을 끌었다. 돈만 내면 이런 편익시설을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는 것. 예를 들자면 1만달러 남짓한 비용을 들이면 TV, 이동전화, 침대 등 최고의 편익시설을 갖춘 부부용 텐트를 임대할 수 있다. 직접 식사를 준비하고 하늘만 겨우 가릴 수 있는 텐트에서 자거나 노숙을 하는등 어느정도의 고행을 요구했던 전통적인 성지순례와는 동떨어진 모습이다. 하지의 풍경이 이같이 변화한 데는 지난 1997년 가스 스토브 불꽃으로 인한 대형 화재로 318명의 순례자가 목숨을 잃은 사건을 계기로 사우디아라비아 당국이 이곳에 거대한 텐트촌을 건설했기 때문이다. 약 4만4천개의 크고 작은 텐트가 미나 평원에 세워져 최대 150만명의 순례자들을 수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텐트는 크기와 내부 시설에 따라 6개 등급으로 구분돼 있는데, 표준형 텐트의 경우 전기와 냉방장치 외에 옆에 화장실을 갖추고 있다. 가장 낮은 등급의 텐트는 20×10m크기로, 최대 50명을 수용하며 잠은 땅바닦에 매트리스를 깔고 자야 한다. 그렇지만 샤워는 할 수 있고 세끼 식사가 제공되며 뜨거운 물과 아이스크림이 항상 제공되는데, 1인당 비용은 사우디아라비아 국민은 1천500달러, 외국인은 2천달러에 달한다. 이 돈을 감당할 수 없는 순례자들은 어쩔 수 없이 밖에서 잠을 자고 음식을 해먹을 수 밖에 없다. 한편 사우디 당국은 9.11 테러사건과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후 이슬람권의 반미감정이 고조되고 있는 시점에서 이번 하지가 진행됨에 따라 경찰과 군인, 자원 봉사자 등 모두 8만명 이상을 배치, 보안조치를 크게 강화했다. (미나.메카 AFP.AP=연합뉴스) jus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