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의회 법사위원회가 7일 정부의 예금인출 제한조치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린 대법관 9명을 탄핵하기로 의결하고 본격적인 탄핵 절차에 들어갔다. 집권 페론당 의원들이 주도하는 의회 법사위는 정부 정책에 제동을 건 사법부에 감정 대응한다는 인상을 피하기 위해 일단 카를로스 메넴 전(前) 대통령시절 임명된 대법관들이 공기업 민영화와 무기밀매 스캔들, 유대인 상조회관 폭탄테러 사건 등에 대한 재판 과정에서 `직권을 남용한' 혐의에 대해 탄핵절차를 밟기로 의결했다. 실제로 이들 9명의 대법관들에 대해서는 재직시의 비리와 관련해 42건의 탄핵요청이 접수됐다고 의회 관계자들은 밝혔다. 그러나 이번 의회의 대법관 탄핵은 누가봐도 지난주 대법원이 내린 위헌 판결에 대한 에두아르도 두알데 정부의 보복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두알데 정부는 당초 지난 1일 예금인출 제한조치의 부분완화와 고정변동환율제, 달러화 예금 및 은행대출금의 전면 페소화(化), 초긴축예산 편성 등을 주요내용으로 한 경기회복대책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전날 인출제한 조치를 위헌으로 규정한 대법원의 판결로 몹시 당황했다. 대법원은 일부 예금주들의 위헌신청을 받아들여 "예금인출 제한은 사유재산권에 대한 침해이며, 따라서 헌법정신에 위배된다"고 판결했었다. 두알데 정부는 이에 대해 "대법원의 판결은 아르헨티나를 무정부 상태로 몰고 가려는 매우 심각한 결정"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아르헨 정부는 결국 새 경제대책발표를 하루 연기한 뒤 "판결 효력은 소송을 제기한 일부 예금주들에게만 해당된다"며 예정보다 이틀이 지난 3일 새 정책을 발표했다. 따라서 페론당이 주축이 된 의회 법사위의 탄핵 심의는 이미 예고됐던 일이라는 게 현지 언론의 분석이다. 대법관의 탄핵은 규정상 당사자들에게 충분한 소명기회를 주고, 연방 하원 재적의원 3분의 2의 동의를 얻은 뒤 연방 상원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야당인 프레파소당의 마리아 아메리카 곤살레스 의원은 "탄핵절차는 서두르거나 지체됨이 없이 정상 속도로 진행될 것"이라며 "대법관 9명을 무더기 축출하려는 이번 싸움은 결코 입씨름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성기준특파원 bigpe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