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두자릿수의 성장률을 기록했던 싱가포르의 경제가 침체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가운데 조선산업은 오히려 활황을 맞고 있다. 싱가포르의 조선산업은 1980년대 중반 이후 중국과 중동국가들에 가격 경쟁력에서 밀려 고전했다. 전체 경제와는 달리 활황세를 타고 있는 싱가포르 조선산업은 지난해 4천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했다. 많은 기업들이 감원 대열에 합류,반도체 컴퓨터 소매업 등을 중심으로 2만5천명을 해고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올 들어서도 조선업은 힘차게 출발했다. 싱가포르의 30개 조선소에서는 밀려드는 주문을 받느라 바쁘다. 작년 조선업은 2000년보다 45% 성장했다. 헹 치앙 니 싱가포르 조선협회 회장은 "2001년의 총매출은 22억달러에 달해 2000년의 15억달러를 가볍게 추월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조선업의 이같은 매출은 1998년 이후 3년 만의 최대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이 지역의 경기 침체가 조선업의 활황을 이끌었다. 미국과 유럽은 경기침체로 값이 싸진 아시아지역의 전자제품 신발 의류 등을 수입해 운반하는 과정에서 싱가포르 주변의 운송로를 통과했다. 이 과정에서 무역선들이 싱가포르의 조선소에 기항,부품을 조달했고 배를 수리했다. 또 석유산업도 조선소들에 많은 일자리를 제공했다. 최근 심해 석유매장지 탐사가 활발해져 해안 근처에 저장고를 잇따라 건설하면서 조선업계에 일감을 많이 줬다. 석유회사들은 이 저장고를 임시 석유저장기지로 사용하고 있다. 또 싱가포르 달러가 1997년 이후 29%나 평가절하된 것도 한몫했다. 이는 중국이나 중동지역의 조선소와 비슷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것을 의미한다. 주변국과 가격경쟁력이 비슷하면 상대적으로 첨단장비가 많은 싱가포르가 유리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싱가포르의 조선 산업이 앞으로도 계속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에 동의하지 않는다. 싱가포르의 '톱10' 조선소가 모두 정부 소유이나 케펠과 셈박콥이라는 두 재벌그룹에 각각 경영을 위탁하고 있다. 하지만 이 두 재벌그룹은 가격조정 등 정보를 공유하지 않고 있어 조선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싱가포르 조선소가 경쟁력을 갖추고 효율적인 경영을 하기 위해서는 경영권이 한 회사로 통합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래야만 세계경기 침체를 기회로 싱가포르 조선산업이 재도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정리 = 국제부 inter@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