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저명한 헌법학자인 브루스 애커먼 예일대 교수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최근 대 북한.이란.이라크 경고 발언과 관련, "전쟁은 부시가 쓰기 쉬운 정략"이라고 지적했다. 애커먼 교수는 3일자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기고문에서 미국이 대 아프가니스탄전쟁을 이겼으나 부시 대통령은 승전 선언을 거절하고 있다면서 이처럼 주장했다. 애커먼 교수는 부시 대통령이 승전을 선언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미 의회가 모든 `불량국가'(rogue state)를 상대로 한 전세계적 전쟁을 위임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애커먼은 부시 대통령이 일단 아프간 전쟁이 끝났다는 것을 시인할 경우 그의 더 큰 야심에 대한 적당한 법적 근거가 부족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애커먼은 가난.범죄.마약과의 전쟁을 예로 들며 과장된 전쟁 발언이 현대 대통령직의 한 속성이 되고 있다면서 지각없는 전쟁 운운은 문제에 대한 명료한 사고를 막고 우리(미국)의 상황에 대한 국내외적 시각을 혼란시킬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의 집단적 통찰력이 곧 국제 사회에서 시험받을 것이라며 부시 대통령이 북한 등 3국을 잠재적 적국들로 분명히 지목했으나 미 의회는 아프간 전쟁을 이런 국가들로 확대하도록 `백지위임'을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 의회의 대테러전 지지 결의안이 전형적인 전쟁선포와는 거리가 매우 멀다면서 이는 작년 9.11 뉴욕.워싱턴 테러공격과 관련된 국가와 조직, 개인들에 모든 필요하고 적절한 무력을 사용토록 허용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애커먼은 의회 결의안이 9.11 테러에 국한돼 있기 때문에 부시 행정부는 `불량국가'들의 테러연루 증거를 찾기 위해 애썼으나 이런 노력은 실패했다면서 부시의 국정연설은 여론의 반응을 떠보기 위한 `관측수단'(trial balloon)처럼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부시의 계속된 전쟁 얘기가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진다면 국민들이 부시에게 의회의 또다른 위임 없이 이란이나 이라크와 새 전쟁을 하도록 허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애커먼은 우리가 심각한 외교정책 선택에 직면하고 있으나 `전쟁 얘기'라는 안개가 그 선택들을 가리고 있다면서 부시 대통령은 새 전쟁을 시작하기 전에 의회에 대해 그런 전쟁이 가치가 있고 적절한 국가위기(재앙) 탈출 수단인지를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애커먼은 부시 대통령이 9.11 테러 전에 의회를 설득시킬 것임을 거듭 약속했지만 그가 `대테러전'의 정치력을 발견한 이상 그런 약속을 지키도록 요구하는 것은 미국민들에 달려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애커먼 교수는 지난해 8월 뉴욕타임스 기고문에서 부시 행정부의 탄도탄요격미사일(ABM)협정 일방 탈퇴 계획에 대해 위헌 시비를 제기했으며 같은해 5월 부시 대통령이 취임 4개월만에 모교 예일대에서 명예박사학위를 받는 것에 반대하는 청원서를 돌린 바 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권오연 특파원 coowon@a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