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은 미국이 여전히 북한과 협상할 용의가 있다는 점을 한국에 거듭 확인하면서도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대북 강경 입장을 누그러뜨리지 않았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2일 보도했다. 포스트는 국무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 전날 뉴욕에서 한승수 외교통상부 장관과 만나 부시 대통령의 발언이 한반도 안정을 해칠 것이라는 한국민의 우려를 해소시키려고 노력했으나 북한이 국제 사회에 위협을 제기하고 있다는 부시 대통령의 주장을철회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정 연설에서 북한을 이란, 이라크와 함께 `악의축'으로 규정하는 초강경 발언으로 워싱턴 외교가와 한반도 전문가들을 경악시켰다. 파월 장관은 평소 부시 행정부내의 비둘기파로 알려져 있으나 부시 대통령의 국정 연설이 국내외 언론에서 연일 머리기사로 다뤄지는 등 큰 파문이 일자 지난달 31일 국무부 직원들에 대해 대통령의 경고를 희석시키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 포스트는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안보 보좌관이 이번 주에 지적한대로 부시 행정부는 북한과의 `상호적 조치들에 대한 지도'를 작성 중이었다고 밝히고 국정 연설며칠 전 서울에서 한.미.일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GOC) 회의가 열렸고 당일에도 부시 행정부 관계자들은 대북 협상 재개가 추진되고 있다고 시사했음을 상기시켰다. 이번 사태는 부시 행정부가 정책 재검토를 이유로 대북 고위급 협상을 중단시킨데 이어 한반도 정책이 1년만에 두 번째로 비판받는 것이라고 신문은 밝혔다. 한 아시아 전문가는 국무부가 한국과의 관계를 다시 공고히 다지려고 애쓰고 있는 시점에서 부시 대통령이 오발탄을 쏜 격이라고 말했다. 한편 파월 장관은 한 장관과의 회담에서 대북 협상에 아무런 전제 조건이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고 북한이 우호의 제스처로 휴전선에서 군대와 대포를 철수시킬 것을 촉구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부시 대통령도 전날 백악관에서 압둘라 요르단 국왕과 만난 후 북한의 재래식무기 철수와 무기 수출 중단을 촉구하고 "그렇게만 된다면 기꺼이 그들과의 대화에 돌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연합뉴스) 이도선 특파원 yd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