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를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최근 사흘간 계속된 폭우로 홍수와 산사태가 발생해 30일 현재 25명이 숨지거나 실종됐으며 최소 5만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해변 휴양지 발리 북부 지역에서 30일 폭우로 댐이 범람하면서 주민 3명이 급류에 휩쓸려 숨지고 3명은 실종돼 아직까지 생사여부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현지 경찰이 밝혔다. 동부 자바에 위치한 인도네시아 제 2의 도시 수라바야에서는 이날 강물 범람으로 주택가가 1m까지 침수되면서 남자 아이와 대학생 등 2명이 물에 빠지거나 감전돼 숨졌다. 서칼리만탄에서도 지난 26일부터 계속된 폭우로 30일 홍수가 발생, 집을 잃은 수재민 3천여명이 안전지대로 긴급 피신했으며 각급 학교 20개는 교실 침수로 휴교에 들어갔다. 앞서 자카르타 남부 프자텐 티무르 지역에서는 29일 새벽 산사태로 무너져 내린흙더미가 주택 4채를 덮치면서 어린이 3명을 포함해 일가족 6명이 숨지고 동부 치망기스에서는 공장 기숙사 벽이 무너져 노동자 2명이 희생됐다. 자카르타 인근 공단지역 탕그랑 주택가의 경우 3-5m까지 물에 잠기면서 주민 2명이 급류에 휩쓸리거나 감전으로 숨진 것을 비롯해 수도권 지역에서 29, 30일 이틀동안 5명이 목숨을 잃었다. 자카르타 남부 칠레둑에서는 29일 인근 앙케강이 범람해 강물이 주택가로 밀려 들면서 2.5m 높이까지 차 올라 어린이 2명이 실종되고 주민 200여명이 고립됐으나 30일 고무보트를 동원한 해병대원들에 의해 구조됐다. 수도권 탕그랑과 버카시, 보고르 등지에 입주한 상당수 한국 업체들도 물에 잠겨 기계가 고장나거나 공장 가동이 중단되는 등 큰 피해를 봤으나 아직까지 정확한피해 집계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자카르타는 이번 홍수로 도심 도로와 주변 지역으로 통하는 고속도로가 물에 잠기면서 차량들이 물 속에 고립되거나 주택가 골목길 등으로 몰려 29, 30일 밤늦게까지 극심한 교통대란을 빚었다. 대부분 퇴근길 시민들은 침수된 지역으로 통하는 대중교통 운행이 중단되자 밤늦게까지 비를 맞으며 도로에서 5-10시간까지 기다리는 고통을 겪었으며 승용차 운전자들도 심각한 교통체증에 시달리는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수카르노-하타 국제공항과 자카르타를 연결하는 고속도로는 일부 구간의 침수로차량 운행이 통제돼 우회도로가 심각한 교통체증을 빚으면서 여행객들이 제때 도착하지 못해 항공기 이륙이 지연됐다. 기상당국은 다음 달까지 폭우가 계속될 것으로 예보하고 있어 홍수에 따른 인명및 재산 피해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자카르타 시당국은 이번 홍수로 도시 전체 주택가의 15-20%가 물에 잠겨 최소 4만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해 철로 주변 고지대나 이슬람 사원, 학교 등지로 피신했다고 밝혔다. 나빌 마카림 환경부장관은 30일 이번 강우량이 예전과 비슷한 수준임에도 불구, 대규모 홍수 피해가 난 것은 부패로 인한 도시계획 잘못으로 녹지가 파괴된 결과 빗물 흡수력이 약화돼 강을 범람시켰기 때문이라고 비난했다. 한편 메가와티 수카르노 푸트리 대통령은 홍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모든 가용 장비와 인력을 동원해 신속히 대처하고 이재민들에게는 구호품을 지급하라고 내각에 지시했다. (자카르타=연합뉴스) 황대일특파원 hadi@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