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언론이 쿠바의 관타나모 미국 해군 기지로후송된 아프가니스탄 포로들의 사진을 공개한 뒤 영국 정부가 미국의 비인도적인 포로 처우에 의혹을 제기하는 한편 이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영국 일간지들은 20일 미국 국방부가 배포한 검은색 안경에 손과 발이 묶인 채무릎을 꿇린 탈레반과 알-카에다 포로들의 사진을 게재하고 미국의 포로 처우에 심각한 우려를 표시했다. 어느 일간지는 사진에 "고문당했다"는 설명과 함께 "미국이포로들을 순하게 만들려고 이들의 지각을 빼앗는 방법을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잭 스트로 영국 외무장관은 이날 성명에서 미국이 국제적십자사위원회(ICRC)와자국 정부 대표단의 관타나모 기지 방문을 허용한 사실을 상기하면서 "포로 사진과관련해 관타나모에 있는 우리 관리들에게 미국 측의 해명을 받도록 요구했다"고 밝혔다. 스트로 장관은 "포로들은 현재의 기술적 지위와는 상관없이 국제법에 부응해인도적으로 처우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타나모 기지의 미국 해군이 찍은 사진 3장에는 포로들이 마스크와 함께 눈과귀 마개를 착용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벙어리 장갑을 낀 채 손과 발이 묶여 있었다. 관타나모 기지의 로버트 넬슨 대변인은 20일 포로들이 C-141 수송기로 아프간에서 1만2천880km를 이동해 관타나모 기지에 도착한 직후 사진을 찍었다고 밝히고 "수송기내가 무척 춥기 때문에 포로들이 모자와 벙어리 장갑을 착용했으며 검은 색 고글 착용은 보안과 의료와 관련한 조치였다"고 해명했다. 인권 단체들과 일부 정치인이 미국의 포로 처우를 비난하는 가운데 토니 블레어영국 총리는 이날 포로들의 인권이 존중돼야만 한다고 강조하는 한편 "포로들이 매우 위험한 인물"이라고 지적함으로써 비교적 균형잡힌 모습을 보여줬다. 총리실 관계자는 정부가 관타나모 기지를 방문하고 있는 자국 관리들의 보고를 기다리고 있다면서 "서둘러 판단하기보다는 그들(관리)의 확인을 기다려야 한다"고강조했다. 한편 도널드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은 20일 영국과 국제 인권단체들이 포로 처우와 관련해 문제를 제기하는 가운데 미국 정부가 이들을 군사법원에서 재판한다는입장을 다시 밝혔다. 미국은 아프간 포로들을 제네바 협정이 규정하고 있는 전범이아니라 "불법 전투원" 또는 "억류자"로 불르고 있다. 도널드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은 이날 NBC 방송의 `언론과 만남''(Meet the Press) 프로에 출연해 "우리는 공정한 사법제도를 가지고 있고 사람들은 올바른 대접을 받고 있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그러나 럼즈펠드 장관은 포로들에 대한 처우와 포로들이 받게될 재판의 종류 등과 관련한 "규칙과 절차들을 마련해 왔지만 아직 전혀 발표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럼즈펠드 장관은 미국인 탈레반 포로 존 워커 린드 씨가 왜 변호인 접견을 하지못하느냐는 질문에 린드 씨는 변호인 접견을 요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린드 씨는 아프간에서 미군에 포로로 잡힌 뒤 2달이 지났지만 아직 변호인 접견을 하지 못하고있다. 현재 관타나모 기지에는 아프간 포로 110명 가량이 수용돼 있으며, 이들은 현재까지 기소되지도, 변호인을 접견한 적도 없다. 미국 당국도 그들을 어떻게 처리할지, 그리고 얼마나 오랫동안 억류할 지를 언급치 않고 있다. 한편, 보스니아에서 테러 혐의로 체포된 알제리인 6명을 포함해 포로 34명이 20일 추가로 관타나모 기지로 이송됐다. 보스니아 당국은 대법원이 증거부족을 이유로석방을 명령했는데도 이 알제리인 6명을 미국에 인도했다. (런던 워싱턴 AP AFP=연합뉴스) ci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