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 에이즈를 일으키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와 유사한 바이러스가 처음으로 야생 상태의 유인원에게서 검출됐다고 18일 과학잡지 사이언스에 게재된 한 보고서가 밝혔다. 앨라배마대학의 비어트리스 한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이 보고서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한 검사법을 이용해 탄자니아의 침팬지 58마리를 대상으로 HIV검사를 실시한 결과 수컷 한마리에게서 HIV와 유사한 유인원면역결핍바이러스(SIV)가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23살짜리의 이 침팬지는 침팬지 연구로 유명한 제인 구달 박사가 연구대상으로삼았던 무리 출신이다. 한박사는 이 침팬지의 교미 파트너들은 같은 바이러스를 지니고 있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볼 때 이 바이러스는 전염성이 그리 강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그 이유에 대한 연구는 에이즈 치료대책 마련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이미 오래전에 유인원들이 HIV와 유사한 바이러스 변종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이는 전부 생포된 유인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와 시험에서 밝혀진 것이며 야생의 침팬지들에게 이 바이러스 변종이 얼마나 퍼져 있는지, 지리적으로 혹은 유전학적으로 얼마나 다양한지에 관해서는 알지 못하고 있다. 한 박사 연구팀은 생태계를 교란하거나 침팬지들에게 해를 가하지 않으면서 이들의 바이러스 보유 여부를 검사하기 위해 배설물에서 SIV를 검출해내는 방법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또 구달 박사를 비롯한 영장류 동물학자들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이들 동물학자는 침팬지 무리들과 장기간 함께 생활해 배설물이 어느 침팬지의 것인지를 구분해낼 수 있었다. 이번에 탄자니아에서 발견된 바이러스는 HIV의 기원으로 여겨지고 있는 서아프리카 지역 침팬지들의 보유변종 SIVcpz와는 유전학적으로 너무 달라 HIV와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희박해 보인다. 그러나 야생의 침팬지들을 상대로 HIV와 유사한 바이러스를 검사하는 방법이 마련된 만큼 한 박사 연구팀은 앞으로 HIV의 기원으로 과학자들이 지목하고 있는 가봉과 카메룬 등에서 연구를 계속할 예정이다. (뉴욕 AP=연합뉴스) cwhy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