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정부와 좌익반군 콜롬비아 혁명무장군(FARC) 간의 평화협상이 또 다시 결렬됨에 따라 내전이 최악의 국면으로 치달을 것이 우려되고 있다. FARC는 13일 자신들이 요구한 협상조건을 정부가 거부함에 따라 평화협상이 결렬됐다고 선언하고 `안전지대''에서 철수할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안전지대는 3년 전 평화협상이 시작됐을 때 정부측이 반군들에게 인정해주었던 스위스 국토면적 규모의 비무장 지역이다. 이에 앞서 FARC는 정부가 최후통첩한 협상복귀 시한인 지난 12일 밤 9시30분이 지난 직후 발표한 성명을 통해 휴전 및 유괴.적대행위 종식안을 즉각 검토하는데 동의한다며 콜롬비아 가톨릭 최고 지도자인 알베르토 히랄도 대주교 등이 참여한 가운데 평화협상을 다시 열자고 제의했다. 이에 대해 안드레스 파스트라나 대통령은 안전지대에서 반군측과 협상하던 카밀로 고메스 정부 대표와의 통화를 거쳐 각료들과 논의한 끝에 FARC측 제안을 거부키로 결정했다. 파스트라나 대통령은 반군측에 안전지대 철수시한 (14일 오후 9시30분까지)이다가오고 있다고 압력을 가하고 페르난도 타피아스 육군 사령관과 향후 대책을 논의하는 비밀회의를 가졌다. 이번 평화협상 결렬로 미국의 지원을 받는 극우 군사정권과 이에 대항하는 FARC등 좌익 게릴라들 간의 내전이 다시 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워싱턴 소재 국제정책센터(CIP)의 분석가 애덤 아이잭슨은 "그동안 벌어져왔던 유혈극이 향후 6개월 동안 가장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FARC가 밀림 속으로 숨을 것이기 때문에 안전지대에서 양측간에 대규모 전투가 벌어질 것 같지는 않지만 FARC를 비롯한 반정부세력들이 도처에서 정부군과더 강도 높게 충돌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콜롬비아 정부는 반군과 38년 가까이 내전을 치르면서 매년 약 3천500명이 희생됐는데 주로 민간인이었다. 한편 12일 안전지대 경계에 있는 한 군초소 외곽에서는 차량폭탄이 폭발해 민간인 8명과 정부군 5명이 부상했다고 관리들이 전했다. (산 빈센테 델 카후안 AP=연합뉴스) choib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