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의 에너지기업인 엔론의 파산 사태는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있어 전임 빌 클린턴 대통령의 발목을 잡았던 `화이트워터게이트''보다 훨씬 더 폭발력이 강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기업의 정치자금 제공과 이를 빌미로 한 각종 영향력 행사의 전형적인 기업추문형태를 갖는 이번 사건에 대해 의회는 물론 연방 사법당국이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갔으나 대부분의 조사가 백악관을 향하고 때문이다. 엔론의 파산과 관련해 현재 상원에서만 8개의 조사가 진행중이며 법무부에 이어재무부도 본격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CBS 방송 등 미국 언론은 이번 조사가 부시 대통령 또는 딕 체니 부통령이 엔론의 파산을 가져온 금융 사건과 직접 관련돼 있다는 점을 밝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물론 야당인 민주당측에서는 바라고 있지만 이에 대한 명백한 증거를 찾는사건이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일반 국민은 앞으로 어떻게 엔론이 파산하게 됐고, 또 어떻게 재계의 소수 지도자들이 혜택을 받기 위해 관련 규정을 고치도록 부시 대통령과 그 팀에게 거대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를 알게 될 것이라는 게 미 언론의 관측이다. 의회와 법무부의 조사는 왜 부시 대통령이 대선 관련기록들을 공개하지 않고 있고, 자신의 친(親) 기업적인 생각과 반대되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으며, 미국 경제에는 아무런 긍정적인 영향도 끼치지 못한 감세안의 의회 통과를 강행했는지를 밝혀낼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엔론 최고경영자인 켄 레이와 그의 보좌관들이 지난 해 정부가 에너지정책을 통합할 때 체니 부통령과 에너지 관련 특별팀을 6차례나 만나 어떻게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확인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함께 부시 대통령이 당시 체니 에너지팀이 제안한 공장 업그레이드시 규제완화를 내용으로 하는 `대기 보전법안''을 수용한데 대해 지금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도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엔론은 부시 대통령이 텍사스 주지사 선거에 처음 후보로 출마했을 때부터 지원하기 시작, 주지사 선거 2차례와 대선 1차례 동안 총 62만3천달러의 정치자금을 제공한 것으로 공직자 감시기구인 공직자청렴센터(Center for Public Integrity)는 집계하고 있다. 엔론사는 특히 지난 1999년 부시 대통령으로부터 텍사스주 에너지 시장의 규제완화를 이끌어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며, 엔론 이사진은 재정파탄 사실을 발표하기 1주일 전까지도 체니 부통령의 에너지팀과 만났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부시 대통령 취임식 때 10만달러를 쾌척했던 엔론의 레이 총수는 지난 해5월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 커티스 허버트 위원장과 전화 통화를 한 것이 확인돼 논란이 불거진 상태다. 결국 허버트 위원장은 몇달 안돼 교체됐다. 따라서 이제 엔론 사건은 조사가 조금만 더 진행돼 레이 총수와 그 측근들이 의회에서 증언할 정도가 되면 엔론이 미국 주정부와 연방정부는 물론 국제적으로 어떤영향력을 행사했는 지 그 베일을 벗게 될 것이다. 물론 9.11 테러에 따른 테러와의 전쟁으로 엄청난 대중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는부시 대통령이 이번 일로 쓰러지지는 않을 것이지만 엔론이 벌인 각종 행태가 낱낱이 밝혀지고 나면 결국 큰 타격을 입고 남은 임기는 물론 차기 대선에까지 영향력을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뉴욕=연합뉴스) 강일중특파원 kangfa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