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리의 루카 디 몬테제몰라(54) 최고경영자(CEO)에겐 2001년은 뜻 깊은 해다. 이탈리아의 스포츠카 메이커인 페라리가 오랜 부진을 털고 도약을 향해 엔진을 재점화한 해이기 때문이다. 사실 페라리가 지난해 이뤄낸 일들은 가히 경이적이다. 지난해 9월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F1 레이스에서 우승,이 대회를 두번 연속 석권했다. 또 F1 우승을 계기로 페라리가 3번 연속으로 "F1 베스트 메이커"로 선정되기도 했다. 자동차 경기장 밖에서도 페라리의 "돌풍"은 이어졌다. 지난해 9억5천만달러의 매출과 5천5백만달러의 영업 이익을 올려 사상 최대의 경영실적을 기록한 것. 몬테제몰라 CEO가 오랫 동안 추진했던 개혁이 드디어 결실을 맺기 시작한 것이다. 그가 CEO로 취임한 1991년,이 회사는 끝모를 추락을 경험하고 있었다. 거품 경제가 꺼지면서 스포츠카의 인기는 시들해졌다. 게다가 BMW 등 경쟁사들이 신모델을 잇따라 내놓으며 페라리의 시장을 급속히 잠식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한 번 불어 닥친 악재는 그칠 줄 몰랐다. 기계적인 결함으로 페라리의 모델들이 잦은 고장을 일으키자 매니아들은 하나 둘씩 떠나갔다. 이때 페라리의 지분 87%를 소유하고 있는 피아트그룹이 위기탈출을 위해 "구원 투수"로 등장시킨 인물이 바로 마케팅 귀재인 몬테제몰라였다. 몬테제몰라는 CEO 취임 후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기본부터 다시 다지는 "조용한 개혁"에 착수했다. 그가 제일 먼저 한 일은 자동차 경주에서 예전의 영광을 되찾는 것. 그래서 유능한 선수들을 스카웃해 레이스팀을 재편했다. 자동차의 성능을 한 단계 끌어 올리기 위해 더 가볍고 더 강력해진 V-8 엔진을 개발했다. 변화하고 있는 소비자들의 눈도 고려했다. 페라리의 변함없는 모습에 식상해 있던 젊은 층에게 근육이 불끈 솟듯 강력한 힘을 분출하던 페라리 대신 곡선미가 넘치고 사랑스런 여성같은 페라리를 선보였다. 몬테제몰라는 피아트로부터 페라리의 주력 차종인 "마세라티"의 생산 및 마케팅에 대한 전권을 되찾은 1997년을 기점으로 경영을 공세적으로 전환했다. 하지만 이는 치밀하게 시장을 파악한 후 나온 것이었다. 이런 수년간의 준비와 노력 덕분으로 페라리는 시장의 신뢰를 서서히 되찾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해 "마세라티"후속 모델 출시를 기점으로 선두 업체로 재도약했다. 이 자동차는 나오자 마자 날개 돋힌 듯 팔려 나갔다. 기본 옵션을 장착한 차량이 무려 14만달러에 달하지만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다. 이는 한 모델당 4천대만 한정 생산,"일류 차는 일류만이 소유할 수 있다"는 부유층의 특권의식을 교묘히 이용한 것. 몬테제몰라는 또 스포츠카 시장의 사각지대인 중상층을 겨냥,중저가 스포츠 차량도 내놓아 틈새시장을 적극 공략하는 등 큰 성공을 거뒀다. 몬테제몰라 CEO는 2002년을 본격적인 도약이 시작되는 첫 해로 정했다. 유리한 시장 여건을 십분 활용,지난해 2천대였던 "마세라티"의 판매고를 2006년까지 9천대로 끌어 올린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조만간 미국에 직판 체제를 갖출 계획이다. 대부분의 자동차 전문가들은 미국 본토로의 "연착륙"을 예상하며 경쟁력을 되찾은 페라리의 편에 서고 있어 그의 마음을 가볍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