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 항소법원이 한국계 미 영주권자가 제기한 소송에서 범죄행위로 추방위기에 놓였다하더라도 합법적 체류자를 보석없이 구금한 것은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이 판결은 작년 9.11테러사건 이전에 유죄판결을 받고 이민국의 추방명령(짧게는 몇개월에서 길게는 몇년 소요)이 내려질 때까지 보석없이 구금돼 있는 수천명의 합법적 체류자에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며 테러연루 조사를 위해 이민자 1천여명을 억류하고 있는 미 당국에도 인권보호 차원에서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샌프란시스코 소재 연방 제9 순회항소법원 3인 재판부는 9일 범죄를 저지른 모든 이민자에 대해 이민국의 추방 결정이 내려지기까지 보석없는 구금을 허용한 1998년 연방법은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결했다. 이런 결정은 3주전 필라델피아 소재 제3 순회항소법원 판결에 이어 두번째로 두 판결은 연방대법원이 작년 6월 법원 청문회 없는 유죄선고 이민자 추방 불가 및 모국이 쿠바.캄보디아와 같은 국가여서 추방될 수 없는 이민자의 무기한 구금 금지 판결에 근거하고 있다. 신시내티.덴버.뉴욕.리치먼드 등에도 유사 소송이 계류돼 있다. 재판부는 전원일치 판결문에서 "헌법은 합법적 이민자에게 ''보석받을 권리''를 부여하고 있다"며 "위험하거나 도주 우려가 없어 보석이 허용돼야 하는 합법적 미거주자에게 이 법을 적용한 것은 위헌"이라고 밝혔다. 판결문은 "김모(23.대학생.몬터레이 거주)씨를 테러리스트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한명도 없다"면서 "그는 6살에 한국에서 이민와 8살에 영주권자가 됐다"고 강조했다. 윌리엄 플레처 판사는 "추방대상자가 결국 추방되더라도 가족과 재회하고 일을 정리할 수 있도록 보석기회가 부여돼야 한다"며 "합법적 이민자의 대다수는 미 시민권자나 다른 합법적 체류자의 가족.친지"라고 말했다. 이민국은 위헌판결을 항소법원 전원재판부 또는 연방대법원에 상고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김씨는 지난 96년 7월 샌타바버라 캘리포니아대(UC) 매점에서 비디오테이프을 훔쳤으나 강도전과로 인해 중범(1급 강도죄)으로 기소돼 징역 3년을 선고받고 2년반을 복역한 뒤 석방됐으나 현행법에 따라 이민국 구치소에 재수감됐고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의 도움으로 소송을 제기했다. 김씨는 99년8월 샌프란시스코 연방지법으로부터 승소판결을 받았으며 이민국은2000년 2월 김씨가 위험 인물이 아님을 인정, 보석청문회 없이 보석금 5천달러에 석방했다. 현재 컴퓨터 기술자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김씨는 오는 3월 추방청문회를 받을 예정이지만 위헌판결에도 불구하고 중범죄자인 경우 강제추방토록 한 다른 법에 의거, 추방될 가능성이 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권오연 특파원 coowon@a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