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파산한 미국 최대 에너지기업 엔론사의 정치권 로비의혹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2일부터 본격조사에 착수한 상원 특별위원회의 활동이 1주일 가량 진행된 상황에서 벌써부터 엔론사와 정치권의 정경유착 의혹을 뒷받침하는 사실이 일부 드러남에 따라 파문이 커질 조짐이다. 현재까지의 조사에서 엔론측의 로비는 조지 W. 부시 행정부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나 있다. 엔론사의 로비의혹을 조사중인 민주당의 헨리 웩스먼 하원의원은 8일 체니 부통령의 자문역인 데이비드 에딩턴이 의회에 보낸 서한에서 백악관과 엔론측이 모두 6차레에 걸쳐 접촉했음을 확인해줬다고 밝혔다. 웩스먼 의원에 따르면 엔론의 최고경영자 켄 레이를 비롯한 경영진과 체니 부통령 및 행정부의 에너지정책 실무측근들이 부시 행정부 출범 1개월 뒤부터 접촉하기시작, 그동안 여섯 차례나 만났다고 밝혔다. 엔론사 경영진은 특히 회사가 돌연 파산하기 직전인 작년 10월10일에도 체니 부통령 사무실의 직원과 만난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해 체니 부통령은 엔론사의 어떤 경영진이 체니 자신 및 그가 이끄는 에너지 효율화 실무진을 만났는지에 대해 함구로 일관하고 있다. 체니는 또 지난해 4월과 6월에 레이와 만나 나눈 대화내용에 대해서도 에너지정책 현안들에 관해 논의했을 뿐이라고만 밝혔다. 엔론측도 다른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정상적 기업활동 과정에서 정책결정권자들과 만나고 있을 뿐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웩스먼 의원은 체니 부통령이 지난해 4월 레이와 만난 다음날 정부가 캘리포니아 에너지 도매가격 상한설정을 지지하지 않을 방침을 공표한 바 있다면서 의혹을 제기하고 잇다. 웩스먼 의원은 현재 엔론과 부시 행정부 간 접촉의 구체적 내용을 파악하는데 초점을 맞춰 체니 부통령 사무실과 엔론사 간에 오간 전화통화, E-메일 내역 등을 집중조사하고 있다. 상원 조사특별위원회 위원장인 민주당의 조지프 리버먼 의원도 부시 행정부가 작년 초 마련한 에너지정책에 레이 회장이 영향력을 행사한데 주목하면서 진상조사를 위해서는 어디든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사특위는 오는 24일 이 사건을 파헤치기 위한 첫 청문회를 개최, 증권거래위와 연방에너지규제위 등 감독관청이 엔론의 파산 가능성에 대해 사전경고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경위를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이처럼 엔론과의 관계에서 상대적으로 훨씬 자유로운 민주당이 철저한 조사를 추진함에 따라 향후 조사결과에 따라 부시 행정부가 정치적 치명타를 입게 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워싱턴 정가에서는 추정하고 있다. 레이 회장은 부시 현 대통령 부친의 대통령 재임시절부터 공화당과 밀접한 유대관계를 맺어왔으며, 수백만 달러의 자금을 쏟아부으면서 의회와 백악관, 감독관청 등을 대상으로 로비해왔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지난해 12월 보도한 바 있다. 한편 엔론사는 한국의 SK와 지난 1998년 합작설립한 SK-엔론의 지분 50%를 1월 중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엔론측은 합작 당시 2억4천300만달러로 평가됐던 SK-엔론 지분 매각과 관련, 우선 합작상대인 SK측에 인수의사를 타진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SK-엔론은 한국 최대의 액화석유가스(LPG) 도매업체이자, 도시가스공급업체와 전력회사 등을 거느리고 있는 SK가스의 지주회사이다. (워싱턴=연합뉴스) 신기섭특파원 kssh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