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의 조그만 농촌 마을 주민 대부분이 정상급 골퍼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화제가 되고 있다. 화제의 지역은 서부 자바 ''사왕안 골프장'' 주변 보종사리 마을로 전체 50가구중 프로 골퍼가 20명이고 아마추어 및 주니어 골퍼도 35명에 달한다. 인도네시아 아마추어 골퍼 ''톱 10''중 9명이 이 마을 출신이다. 주민의 85%가 현역 골프 선수나 강사, 캐디로 활동하며 생계를 꾸려나가고 있다.일부 노약자와 부녀자를 제외하면 마을 주민 모두가 골퍼인 셈이다. 가난한 농촌 마을이 유명 골퍼를 무더기로 양산할 수 있었던 것은 지리적 위치 때문이다. 사왕안 골프장이 건립된 지난 70년 당시 T셔츠와 반바지 차림에 슬리퍼를 신은 동네 어린이와 젊은이들이 매일 저녁 골프장으로 몰래 들어가 골퍼들이 분실한 공을 주워 갖고 논 것이 골프 입문의 계기가 된 것이다. 이들은 당시 날이 저물어 깜깜해질 때까지 나무 막대기로 공을 치거나 헛스윙을 하며 자세를 가다듬었다. 경비원들이 초창기에는 이들을 골프장 밖으로 내쫓으려 했으나 차츰 모른 척 한 뒤부터 마음놓고 골프장 출입을 할 수 있게 됐다. 보종사리 출신으로 현재 인도네시아 아마추어 골프 챔피언 린 세트야완(21)의 경우도 7세때부터 사왕안 골프장을 몰래 드나들며 골프를 배웠다. 캐디로 일하던 아버지가 부러진 클럽을 주워 용접해 만든 골프채 세트를 선물받은 뒤부터 기량이 부쩍 늘어 11세때는 전국 주니어 대회에 출전할 수 있었다. 린의 아버지는 골퍼의 길을 선택한 세 아들의 국내외 경기 출전 경비를 지원하기 위해 캐디 일을 그만두고 양식업을 하고 있다. 린의 형 구나완(23)도 아마추어챔피언 출신으로 현재 자카르타 남부의 골프학교에서 강사로 일하고 있다. 미국 주니어 대회에서 세계적인 골프 영웅 타이어 우즈와 경기한 적이 있는 구나완은 "18개월된 아들도 나의 길을 따라주기를 희망한다. 아들을 아시아의 타이거우즈로 만들고 싶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인도네시아 유명 골퍼들이 부자동네가 아닌 가난한 보종사리 출신이 많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우리는 생계를 위해 골프를 한다. 부유한 어린이들은 뜨거운 날씨속에 필드로 나가려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자카르타=연합뉴스) 황대일특파원 hadi@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