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9.11 연쇄 테러의 직격탄을 맞고 빈사지경에 빠진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강력히 추진했으나 야당의 결사 반대에 막혀 끝내 불발탄에 그친 경기부양책의 의회 통과를 다시 시도한다. 다만 이번에는 `경제 안보'라는 제목으로 포장을 바꿔 테러 전쟁에 대한 국민의 경계심을 자극한다는 전략이다. 민주당은 그러나 경제 정책의 허구성을 계속 공략한다는 전략이어서 워싱턴 정계는 신년 벽두부터 경기침체에 대한 처방을 둘러싸고 한바탕 전운이 감돌고 있다. 고향 텍사스주 크로포드의 목장에서 연말연시 휴가를 보내고 있는 부시 대통령은 오는 7일 백악관 귀임에 앞서 5일 캘리포니아주와 오리건주에 가서 추가 세금 감면과 실업수당 보조 증액 방침에 대한 대(對) 국민 홍보에 나설 예정이다. 새해에는 아프가니스탄 전쟁 개전 이후 소홀할 수밖에 없었던 내치로 눈을 돌려 중간선거에 대비하자는 부시 대통령의 정국 운영 구상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은 '미국인들에게 경제 안보를 제공할 경기 부양과 직업 창출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백악관은 그동안 경기부양책이라는 용어가 너무 기술적인 면에 치중하는 인상을 주고 있어 일반 국민의 지지 확보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민주당은 경기부양책이 의료 수당을 비롯, 해고 노동자들에 대한 적절한 지원을 제시하지 못한다고 비판하며 작년 연말 상원 상정조차 봉쇄했으나 부시 대통령은 5일 캘리포니아주 온타리오의 마을 공청회와 오리건주 포틀랜드의 노동자 및 기업인 대표 면담에서 자신의 경제 정책을 적극 홍보하며 상원을 압박할 작정이다. 부시 대통령은 이와 함께 5일의 주례 라디오 연설에서도 경제 문제를 집중 거론할 방침이라고 매클렐런 대변인은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9.11 이후 테러 전쟁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다는 평가에 따라 국민의 인기가 치솟고 있으나 경기침체 속에 실업자가 늘어나고 있는 경제에 대해서는 매우 신중한 입장을 취해 왔다. 걸프전 승리에 따른 국민의 엄청난 지지에도 불구하고 경제를 제대로 다루지 못해 재선에 실패한 아버지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쓰라린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중압감을 반영하고 있다는 게 워싱턴 정치평론가들의 분석이다. 다만 경기 회복이 임박했다는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어 국면은 부시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전개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토머스 대슐 상원 민주당 원내총무는 그러나 5일 국가정책센터 연설에 앞서 미리 배포한 원고에서 공화당이 예산을 탕진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재정의 건전성을 회복하고 종합적인 경기 대책을 세우라고 부시 대통령을 몰아붙이고 나섰다. (워싱턴=연합뉴스) 이도선 특파원 = yd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