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인도 의사당 테러사건이후 전쟁 국면으로 치달았던 인도와 파키스탄의 갈등은 인도측이 그간의 완고한 입장에서 후퇴해 대화에 나설 수도 있음을 시사하고 나서 대화를 통해 해결의 실마리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낳고 있다. 파키스탄도 인도측이 테러사건의 배후로 지목한 무장단체들에 대한 단속을 강화해 대화 분위기 조성을 위한 성의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카슈미르 지역에서 양측의 교전이 계속되고 카슈미르와 인근 펀자브에서 이슬람 무장요원들로 보이는 괴한들의 공격으로 인도인 8명이 숨지는 등 분쟁 현장의 긴장은 좀처럼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자스완트 싱 인도 외무장관은 31일 이번주말 네팔에서 열리는 남아시아지역협력협의체(SAARC) 정상회담에서 파키스탄과의 쌍무회담이 열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처음으로 밝혔다. 싱 장관은 파키스탄이 최근 들어 단행한 무장조직들에 대한 단속을 "진전"이라고 환영하면서 "이 계획이 어떻게 전개되는 지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아탈 비하리 바지파이 인도 총리도 인도 주요 일간지들이 1일 일제히 인용한 신년사에 포함된 대(對) 파키스탄 특별 메시지를 통해 파키스탄과의 대화에 관한 입장을 밝혔다. 바지파이 총리는 이 메시지에서 "파키스탄이 인도를 적대시하는 감정을 떨쳐버리고 국경을 넘어 자행되는 테러를 중단하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취할 경우 인도는 말썽많은 잠무와 카슈미르 문제를 비롯해 어떤 현안이라도 대화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바지파이 총리는 2일 안보내각을 열어 국경지역의 상황을 평가하고 파키스탄에서 활동중인 테러단체들을 폐쇄하라는 인도측의 요구에 대한 파키스탄의 대응을 점검할 예정이다. 인도측이 이처럼 파키스탄과의 대화 가능성을 시사하고 나선 것은 파키스탄이라슈카르-이-탈리바와 자이시-이-모하마드 등 카슈미르 무장단체들의 단속에 어느 정도 진전을 보이고 있다는 판단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파키스탄은 지금까지의 단속을 통해 두 단체의 간부와 대원 100여명을 체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라슈카르의 한 대변인은 "경찰과 보안군이 두 단체에 대한 단속을 통해 100여명의 지도자와 대원들을 체포했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에 따르면 자이시-이-모하메드에서 지도자 마울라나 마수드 아즈하르 등 70여명, 라슈카르-이-탈리바에서 지도자 하피즈 모하메드 사이드 등 20명 이상이 각각 체포됐다. 파키스탄의 이슬람 급진정당들과 가까운 관계인 우르두어 신문 우마트는 자이시-이-모하마드가 파키스탄의 사무실들을 폐쇄했으며 지도자들이 지하로 은신했다고 보도했다. 파키스탄 남부 신드주의 소식통들은 경찰이 수쿠르를 비롯한 여러 도시들의 자이시 사무실을 폐쇄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대화를 위한 양측의 이같은 노력 속에서도 분쟁은 계속돼 31일밤 사이인도와 파키스탄군은 카슈미르의 실질적인 국경선인 통제선을 사이에 두고 격렬한 포격전을 벌였다. 파키스탄의 집중 단속이후 잠시 주춤했던 카슈미르 무장단체들의 활동도 재개돼 인도령 카슈미르의 잠무에서 북서쪽으로 240㎞ 떨어진 벽지의 마그나르 마을에서는이슬람 무장단체 요원으로 추정되는 괴한들이 두 가정을 습격해 민간인 6명을 살해했다고 인도 경찰이 밝혔다. 카슈미르와 인접한 펀자브주의 파탄코트에서도 2일 이슬람 무장요원들로 추정되는 괴한들이 총격을 가해 군인 2명이 숨지고 5명이 부상했다. 한편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오는 7일 파키스탄의 이슬라마바드를 방문해 인도와 파키스탄간 긴장 해소 방안에 관해 파키스탄 지도자들과 협의할 예정이라고 파키스탄 외무부가 밝혔다. 블레어 총리는 파키스탄에 이어 인도와 방글라데시도 방문할 예정이다. 앞서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과 바지파이 총리에게 대화를 통한 사태 해결을 강조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31일 무사랴프 대통령의 무장단체 단속조치에 찬사를 보냈다. 부시 대통령은 "무샤라프 대통령은 무장단체들을 강력히 단속하고 있으며 나는 그의 노력에 감사한다"면서 "테러는 테러이며 파키스탄 대통령이 테러범들의 뒤를 쫓고 있다는 것은 좋은 징조"라고 지적했다. (뉴델리.잠무 .이슬라마바드 AFP.AP=연합뉴스) cwhy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