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의사당 테러사건의 배후를 둘러싼 인도-파키스탄의 긴장이 극도로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31일 파키스탄 경찰이 이번 테러사건을 자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무장조직의 지도자를 체포하자 인도 정부가 이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인도 정부가 파키스탄의 조치에 대해 호의적인 반응을 나타냄으로써 지금까지 일촉즉발의 사태로만 치닫던 양국간의 군사적 대치상황이 새로운 돌파구를 찾게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자스완트 싱 인도 외무장관은 이날 안보 각의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파키스탄측이 무장조직의 지도자를 체포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분명히 올바른 방향으로 진일보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파키스탄 경찰은 30일 저녁 이슬라마바드에서 무장조직인 라슈카르-이-타이바의 지도자 하피즈 모하메드 사이드를 체포하고, 이 단체와 또 다른 무장조직인 자이슈-이-모하메드의 조직원 수십명을 체포했다고 밝힌 바 있다. 라슈카르-이-타이바 관계자도 조직의 지도자인 사이드가 체포됐음을 확인했다. 인도는 당초 파키스탄이 테러 용의자들에 대해 몇차례에 걸쳐 단속조치를 취했을 때도 이를 `겉치레'에 불과하다면서 평가절하왔다. 그러나 싱 장관은 이날 "국제사회의 압력이 고조되고 관련 증거들이 속속 드러남에 따라 파키스탄이 이제 행동을 취하기 시작했다"면서 "국경을 넘어서까지 자행되는 테러를 근절시킬 수 있도록 이같은 조치가 강력하게 시행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싱 장관의 이 발언은 지난 13일 인도 의사당에서 발생한 자살테러공격 사건으로 양측이 국경지대에 병력을 증강배치, 일촉즉발의 긴장상태가 초래된 이후 파키스탄의 무장조직 단속조치에 대해 인도 정부가 처음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낸 것이다. 파키스탄 정부 대변인인 라시드 케레시 장군은 그러나 "인도 정부의 압력 때문에 사이드를 체포한 것이 아니며 이는 극단주의와 폭력을 제어하기 위해 지속적으로펼치는 노력의 일환"이라면서 "사이드의 체포는 분명코 인도 문제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파키스탄 외무부는 양국간 긴장해소를 위해 인도측과 회담을 가질 용의가 있으나 회담의 성사 여부는 인도측의 반응에 달린 문제라는 입장을 밝혔다. 외무부 대변인은 "공은 인도쪽으로 넘어가 있다"면서 "우리는 언제라도 회담에 임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인도의 싱 외무장관도 네팔의 카트만두에서 열리는 남아시아지역협력협의체(SAARC) 7개국 외무장관 회담에서 파키스탄의 압둘 사타르 외무장관과 회담 가능성을 시사, 주목을 끌었다. 싱 장관은 스타뉴스 TV와의 회견에서 사타르 장관과 만날 것인지 여부에 대한 질문을 받고 "카트만두에서 회담 프로그램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살펴보겠다"고 언급, 양국 외무장관 회담의 성사 가능성을 열어뒀다. 인도 정부는 지금까지 파키스탄과의 쌍무 회담 가능성을 일절 배제해왔으나 싱장관의 이번 발언은 종전 입장에서 완전히 선회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뉴델리.이슬라마바드 AFP.AP=연합뉴스) s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