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B2B(기업간 전자상거래) 뉴스가 사라졌다. 국내외 언론을 뒤져봐도 B2B전문회사가 새로 만들어졌다는 소식은 없다. 지난 1년간 B2B는 잊혀진 존재였다. 지난 2000년은 B2B의 전성기였다. 하루가 멀다하고 세계적인 기업들이 이 온라인 거래소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혼자든 함께든,이름깨나 있는 기업들은 거의 다 B2B회사를 만들었다. 항공여행 티켓에서 사무용품, 자동차·항공기 부품에 이르기까지 돈으로 사고 파는 것이라면 모두 B2B시장에 등록됐다. 이 웹시장을 만들지 않으면 회사가 곧 망하기라도 할 것처럼 몰려들었다. 많을 때는 하루에 5~6건의 B2B기업 설립 뉴스가 외신을 타고 들어왔다. 뉴스에 오를 정도면 듣도 보도 못한 시시한 기업들이 만드는 B2B가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 보잉 맥도날드햄버거 소니 삼성전자 인텔 GM등 세계 초일류기업들이 주축이 된 B2B였다. 보통 연간 거래액 목표가 수백억~수천억달러에 달하는 초대형이다. B2B를 통해 연간 수십억달러의 경비를 줄일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도 만발했다. 지난해 온라인시장 설립뉴스는 증시의 첨단기술주 붐을 일으켰다. 관련 뉴스가 쏟아질 때 마다 첨단기술주가는 치솟았다. 미국의 커머스원과 아리바와 같은 B2B소프트웨어 업체의 주가에는 쉼표가 없었다. 그러나 올해 세계 B2B시장은 거의 초토화됐다. 1999년과 2000년에 걸쳐 1년반동안 세계에서 설립된 B2B회사는 줄잡아 1천5백여개. 별볼일 없는 군소업체를 뺀 굵직한 회사들만의 숫자다. 작은 것들까지 합하면 5천개는 된다. 미국의 인터넷시장조사업체 기가인포메이션그룹(GIG)의 최신 자료에 따르면 이중 지금까지 살아남아 운영되고 있는 것은 2백~3백개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파산했거나 활동을 중단한 상태다. B2B업계의 몰락은 정보기술(IT)시장과 세계경제 불황의 한 단면이다. B2B 설립 소식은 언제 다시 들려올까. 이 소식들이 봇물을 이루는 날 세계경제도 호황의 봇물을 타고 있을 것이다. 내년은 말의 해,그 말등에 'B2B안장'이 놓여 있기를 기대한다. B2B잔해에 파묻힌 뱀을 미련없이 보내고,B2B안장을 달고 힘차게 달려올 말을 맞이하고 싶다.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