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아프가니스탄 공격에서 연이어 승전고를 울리고 있으나 오사마 빈 라덴의 행방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미국이 9.11 테러배후로 지목된 빈 라덴을 찾아내 제거하지 못할 경우 아프간공격은 속빈 강정이나 다름없다. 미국이 당초 빈 라덴 검거를 아프간 공격의 명분이자 최우선 목표로 삼았기 때문이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9.11 테러 직후 생사를 물문하고 빈 라덴을 잡아올것을 명령했으며, 빈 라덴을 정의에 심판대에 세울 것을 거듭 강조해왔다. 미국은 2천500만달러라는 사상 최대의 현상금을 내거는 등 빈 라덴 '사냥'에 열을 올리고 있으나 빈 라덴은 미군의 포위망을 뚫고 버젓이 돌아다니고 있다. 탈레반 정권의 붕괴로 빈 라덴의 은신처가 아프간 동부 토라보라 산악지대로 압축되자 빈 라덴 색출은 시간문제로 여겨졌다. 토라보라에서 완강히 저항하던 알 카에다 병력이 11일 마침내 항복을 선언했으나 빈 라덴을 검거했다는 '쾌거'는 들려오지 않고 있다. 이에 빈 라덴이 이미 달아났다는 주장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빈 라덴이 안전한 도주로를 확보한 뒤 부하들의 안전을 위해 투항을 지시했다는 것이다. 또 항복 선언이 빈 라덴의 탈출을 위해 시간을 벌기 위한 고도의 전략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 10일 토라보라 동굴 요새의 알 카에다 지휘관 아부 압둘라는 빈 라덴이 이미 이곳을 떠났으며 84명의 알 카에다 전사들만 남아있다고 말했으며 일부언론들도 빈 라덴이 파키스탄 북서부 지역으로 피신했을지도 모른다고 보도했다. 서방의 정보요원들도 빈 라덴이 미군과 반군의 공세가 계속되고 있는 토라보라요새에 은신하고 있다면 자살행위나 다름없다며 다른 곳으로 이동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러나 미국의 고위 관리들은 빈 라덴 도주설이 추적 작전에 혼선을 주기 위한 것으로 보고 도주설을 일축하고 있다. 딕 체니 미국 부통령은 지난 9일 NBC 방송과의 회견에서 빈 라덴은 토라보라에 숨어있다고 말했으며, 러처드 마이어스 합참의장은 "우리는 빈 라덴이 대략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마이어스 합참의장은 미국인 탈레반 병사 존 워커로부터 빈 라덴의 행방에 대한정보를 캐고 있다고 말했으나 이슬람 근본주의로 무장한 워커가 과연 호락호락하게협조해줄지 여부는 미지수다. 탈레반 최고지도자 모하마드 오마르의 행방 역시 안개속에 사여 있다. 탈레반이 지난 6일 미군과 반군의 공세에 밀려 최후거점인 칸다하르에서 항복을선언한 이후 오마르의 행방에 대한 추측만 무성한 상태다. 따라서 미국의 희망대로 빈 라덴과 오마르를 정의의 심판대에 세우거나 빈 라덴과 오마르가 사살돼 '순교자'가 될 때까지 미국과 이들의 숨바꼭질은 당분간 계속될것 같다. (서울=연합뉴스) 황윤정기자 yunzhe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