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의 카불대학이 지난 1996년 탈레반 정권이 내렸던 여학생에 대한 수학금지 조치를 폐지, 5년만에 처음으로 1일 여학생을 받아들였다. 이날 전신을 감싸는 전통의상인 부르카를 착용한 수십명의 여학생들이 수도 카불 서쪽에 위치한 대학 캠퍼스에 모습을 드러내 복학 절차를 밟았다. 탈레반 정권때 강제적으로 학교를 떠나야 했던 이 여학생들은 다시 면학의 기회를 갖게 됐다는 점에 흥분에 들떠 있는 모습이었다. 올해 26세인 조흐라 라히미는 아침 일찍 학교에 도착, 의학부 건물의 계단에 서서 건물의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면서 "여기가 아프가니스탄이 아닌 것 같다. 마치꿈만 같다"면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녀는 "지금까지 매일 집에서 요리와 청소 등 가사로 소일해왔으며 그동안 너무 따분하게 시간을 보내면서 의기소침해 있었다"면서 "지난 5년은 내 인생에서 잃어버린 시간"이라고 말했다. 조흐라와 함께 의학부에서 공부하다 5년전 학업을 중단해야만 했던 자키아 유수피(25)는 다시 공부할 수 있다는 점에 흥분에 들떠 간밤을 꼬박 세웠다고 말했다. 자키아는 5년전 학업을 그만두라는 통보를 받고 절망했던 당시 순간을 회상하면서 "내 인생에서 결코 있을 수 없는 암담한 날이었다. 탈레반이 카불에 입성한 후우리들에게 대학을 떠나라고 명령하고 부르카 착용을 지시했다"면서 "그후 집에만 머물렀으며, 서가에 꽂아둔 교과서를 쳐다보기만 하면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97년부터 98년 사이 탈레반의 힘이 미치지 못하던 시기에 마자르-이-샤리프 대학을 다녔던 프리다 아브잘리(21)는 "앞으로의 장래를 예측하기 어렵지만 여성들이 대학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게 된 이날은 아프간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하루"라고 말했다. 정치학을 공부하면서 졸업을 불과 두달 남겨둔 시점에서 학업을 중단해야 했던 자르미나 무라디(28)는 "공부를 마치고 공직에서 활동할 계획"이라는 포부를 밝혔다.그녀는 현재 결혼해 가정을 꾸리고 있는 주부다. 5년전 탈레반에 의해 카불 대학의 총장으로 임명된 모하메드 아크바르 아키브학장은 자신이 여학생들에 대한 퇴교조치에 동의하지 않았으나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96년 당시 카불 대학에는 약 3천500명의 여학생이 있었으나 모두가 하루 아침에 학교를 떠나야 했다. 북부동맹이 카불에 입성한 후 아키브 총장은 라디오와 TV 방송을 통해 탈레반정권 시절 학업을 중도포기해야 했던 여성들이 복학할 수 있다고 발표하고 1일부터 등록절차를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카불대학은 현재 방학중이라 수업이 진행되지 않고 있으며 1월부터 강의가 재개된다. 아키브 총장은 "오늘은 첫날에 불과하며 앞으로 더 많은 여성들이 아프간 뿐만 아니라 피난갔던 이란과 파키스탄 등지에서 돌아와 복학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카불 AFP=연합뉴스) s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