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이 제기한 한인 징용피해소송 기각요청이 또다시 미국 법원에 의해 거부됐다. 피터 릭트만 로스앤젤레스 민사지법 판사는 29일 서면판결을 통해 한인 정재원(79)씨가 제기한 징용피해소송을 기각해달라는 일본 다이헤이요(太平洋)시멘트의 요청을 거부하고 원고측 변호인단에 증거수집절차를 계속하라고 명령했다. 지난 9월15일 1차 기각요청을 거절한 바 있는 릭트만 판사는 2차 기각요청에 대한 13쪽 분량의 서면명령서에서 ▲캘리포니아주법(일본강제징용손해배상특례법)이연방정부의 정치외교권을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없으며 손해배상청구 시효연장은 주법원의 고유권한이라고 거부이유를 밝혔다. 명령서는 또 지난해 샌프란시스코 연방항소법원이 보험회사로 하여금 유대인집단학살(홀로코스트) 희생자에 대한 자료를 공표하도록 한 주법이 위헌이 아니라고판결한 이상 배상청구시효를 2010년까지 연장한 주법도 위헌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특히 릭트만 판사는 미 정부가 2차 대전중 홀로코스트 희생자에 대한 소송의 기각을 추진하지 않은 것과 대조적으로 태평양 전쟁 희생자에 대해선 소송기각을 요구했다고 미 정부의 `이중적이고 모순된 입장'을 지적했다. 원고측 공동변호인인 신혜원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지난 7일 공판에서 일본측을 일방적으로 두둔한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과 9월19일 샌프란시스코 연방지법의징용소송 무더기 기각 판결을 뒤집은 획기적 결정"이라고 말했다. 원고측의 한태호 변호사도 "소신있는 판결"이라며 "릭트만 판사는 일 기업측의항소기간(판결후 21일이내)중 증거수집절차 중단요청도 기각하고 수천쪽 분량의 징용관련 이사회기록을 제출한 일기업측에 대해 자료를 잘 요약해서 내도록 명령했다"고 밝혔다. 정씨는 지난 99년 10월 강제징용 미주 한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다이헤이요(정씨를 강제노동시킨 오노다 시멘트 후신)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했으며 다이헤이요측은 대미관계 및 샌프란시스코 미일강화조약 등을 내세워 소송기각을 추진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권오연 특파원 coowon@aol.com